제약
‘국민 소화제’ 네 덕에 속 시원하다!
입력 2006/03/07 18:10
한국의 명약<1> - 한독약품 훼스탈
48년간 1위… 노인용 개발 등 끊임없는 노력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소화제를 많이 찾는다. 먹을 것이 별로 없던 시절에도 소화제는 가정상비약이었고, 잔칫집에선 으레 손님을 위해 소화제를 준비했다.
한독약품 훼스탈은 소화제 과소비국가인 한국에서 48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 ‘국민 소화제’다. 지난해 3분기에도 국내 소화제 정제 알약 시장의 35.2%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는 한독약품 전체 매출 2345억원(2005년 기준)의 4%밖에 안 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회사 매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 온 효자 상품이었다.
1958년 수입 의약품으로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훼스탈은 이듬해 한독약품이 훽스트사와 정식으로 기술제휴를 맺은 뒤 국내생산이 시작됐다. 1964년에는 훽스트의 자본을 끌어들여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합작회사를 만들었으며 1986년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성분과 효능을 강화한 ‘훼스탈 포르테’가,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에는 가스제거 성분을 보강한 ‘훼스탈 플러스’가 출시돼 국민소화제의 맥을 잇고 있다.
50년 가까운 세월을 국민 대표 소화제로 군림해 왔지만 최근에는 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매출 규모는 아직도 100억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1996~1997년 115억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다이어트와 웰빙 열풍이 불면서 식사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훼스탈 뿐 아니라 전체 소화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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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 시장은 거의 모두 국내 제약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소화제는 크게 위장운동촉진제와 소화효소제로 분류되는데, 훼스탈이나 베아제 등 대부분의 알약 소화제들은 소화효소제다.
소화효소제는 판크레아틴계와 비오디아스타제 계열로 나뉘며, 훼스탈과 일양약품 아진탈, 중외제약 셀파제 등은 판크레아틴계, 닥터 베아제, 큐자임, 베스타제 등은 비오디아스타제 계열이다.
판크레아틴과 비오디아스타제는 모두 인체 내에서 소화를 돕기 위해 분비되는 효소의 명칭이다. 이밖에 약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이담작용을 돕는 우루소데속시콜린산(UDCA)과 위장관 내 가스를 제거하는 시메치콘 등이 함유돼 있다.
중앙대 약대 이민원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들은 그 성분과 효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화제의 성패는 마케팅이 크게 좌우한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국민 식생활의 변화로 소화제 시장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1회용 소화제나 노인층을 위한 실버 소화제 등 다양한 변신을 통해 국민 소화제의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