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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학 X파일] 여자의 '색'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유난히 눈이 많았던 기나긴 겨울이 가고, 어느덧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계절의 여왕, 봄이 찾아왔다. 이미 화장품 매장에는 다양한 색상의 화사한 색조 화장품들이 새로 선을 보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립스틱, 마스카라, 아이섀도로 대표되는 색조화장품, 특히 포인트 메이크업 제품은 화장을 마무리하면서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화장품의 광고에서처럼  ‘Every Day New Face’로 날마다 여자의 화려한 변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색조화장품, 과연 그 ‘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화장품에 사용되는 색소와 그 안전성

기본적으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성분들은 식약청에 등록된 화장품원료리스트(장원기)에 기재되어 있거나, 국제 화장품 원료집(International Cosmetic Ingredient Dictionary, ICID) 등에 기재되어 있는 물질들만 사용될 수 있다. 이들 원료들은 일정 기준의 분석, 안전성 테스트 등을 거쳐 화장품 원료로서의 안전성·안정성이 확인된 후 등록·사용된다.

특히 색소의 경우 그 안전성에 대한 규제가 더욱 철저하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색소는 식약청 고시 제 2000-66호에 의해 품목, 품질 및 사용 구분이 정해져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어 화장품에 사용이 적합한 색소만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사용하는 부위별로 몸 속으로 들어가도 괜찮은 색소, 점막(입술 포함)을 포함한 부위에 사용 가능한 색소, 점막을 제외한 부위에만 사용 가능한 색소로 구별하여 그 범위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화장품용 색소는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화장품에는 대부분이 합성 색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 천연 색소도 사용된다. 또한 화학성분 별로는 유기색소와 무기색소로 나눌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색소의 분류 중에서 사람들이 흔히 궁금해 하는 것으로 염료와 안료의 차이점이 있다.


* 염료와 안료의 차이는?

염료(Dye)는 물, 알코올, 오일 등에 용해되어 색상을 내는 물질을 말한다. 물에 녹는 것을 수용성 염료, 오일류에 녹는 것을 유용성 염료라고 한다. 주로 스킨이나 로션 등의 기초화장품, 염색제 등의 모발화장품 등에 사용되며, 립 틴트와 같은 색조화장품에도 사용된다.

안료(pigment)는 물, 알코올, 오일 등에 용해되지 않으며 색상을 내는 물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립스틱, 아이섀도 같은 색조화장품에 0.01~50% 정도까지 사용되어 색상 표현, 커버력 부여, 사용감 조정, 펄감 부여 등 다양한 화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불용성이기 때문에 입술 등에 물들지 않는다.


* 화장품용 색소를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

1. 유기(Organic) 색소 : 탄소 원자를 가지고 있는 색소들로 염료, 합성 유기안료, 레이크 등이 있다. 천연 유기색소로는 당근 등에서 추출하는 베타카로틴, 홍화의 꽃잎에서 추출하는 카르사민, 연지벌레에서 추출하는 코키닐 등이 있다. 옛날에는 입술 연지 등에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색상의 선명도가 떨어지고, 변색 발생, 색상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 동물 유래 성분들은 아예 사용이 배제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화장품에서 합성 유기색소를 사용하고 있다. 유기색소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염료(Dye) : 물, 알코올, 오일 등에 용해되어 채색을 할 수 있는 물질을 말한다. 화학구조에 따라 아조계, 크산틴계, 퀴놀린계, 트리페닐메탄계, 안트라퀴논계 염료 등이 있다.

-합성 유기안료 : 안료 중에 탄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는 색소를 말한다. 화학 구조에 따른 종류로는 아조계, 인디고계, 프탈로시아닌계 안료 등이 있으며, 선명한 색상을 내고 광택이 우수하여 색조화장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레이크(lake) : 염료에 알루미늄, 칼슘 등의 금속이온 성분을 화학적으로 결합시켜서 녹지 않는 상태로 만든 색소를 말한다. 레이크를 안료와 구별하지 않고 안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립스틱, 립글로스, 볼터치, 네일 에나멜 등의 색조화장품에는 안료와 함께 널리 사용되고 있다. 


2.무기(Inorganic) 색소 : 탄소 원자를 가지고 있지 않는 색소들로, 무기 안료가 대부분이다. 예로부터 화장품에는 천연에서 생산되는 광물(적토,황토,녹토 등)이나 천연의 유리(군청)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색상도 선명하지 못하고 품질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에는 합성에 의한 무기화합물을 주로 사용한다. 무기색소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체질안료 : 색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색감의 진하고 연한 정도를 조정하거나 사용감, 광택 등을 조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마이카(백운모), 세리사이트(견운모), 탈크, 카올린 등이 있다. 주로 점토광물을 분쇄하고 입자의 크기나 형태, 두께 등을 고려하여 만든다.

-착색안료 : 주로 철화합물인 산화철을 말한다. 종류로는 적색산화철, 황색산화철, 흑색산화철이 있다. 군청(Ultramarine)은 선명한 청색안료로 옛날에는 천연의 유리석을 분쇄하여 정제하여 왔지만 현재는 대량으로 제조하여 사용된다.    

-백색안료 : 대표적으로 이산화티탄과 산화아연이 있다. 이산화티탄(Titanium dioxide)은 굴절률이 2.5~2.7 정도로 높고 입자직경이 작아 백색도, 커버력이 우수하다. 또한 빛이나 열, 약품 등에도 안정성이 높아 화장품에 많이 사용된다. 초미립자 이산화티탄은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투명성이 우수하고 자외선차단효과를 보여 선 스크린제품에 사용된다. 산화아연(zinc oxide)도 백색안료로서 많이 사용된다.

-진주광택 안료(Pearlescent Pigment) : 프랑스에서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펄 성분으로 진주광택, 메탈릭감이 특징. 초기에는 천연 펄을 이용하여 만들었으나, 워낙 고가이고 중금속을 포함하고 있어 대량 사용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산화티탄 코팅 운모가 개발되면서 대량으로 제조됐다. 얇은 판 상태의 입자가 규칙적이고 평행하게 쌓여져 빛의 간섭효과를 만들면서 다양한 색상의 펄 광택을 부여한다.


* 색소의 명칭

색소의 이름은 국가별로 약간 다른 방식으로 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색소의 색상별로 이름을 정하고, 그 뒤에 호수를 기록하는 방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적색 3호, 황색 4호 등과 같이 표기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INCI명은 미국 FDA에서 정한 색소 분류에 따라 명칭을 사용한다. 앞부분에 ‘FD&C’ 또는 ‘D&C’ 등의 명칭을 쓰고, 그 뒤에 색상별 명칭과 고유번호를 붙인다. F, D, C는 각각 Food, Drug, Cosmetic의 약자이다. 즉, ‘FD&C’는 ‘식품, 의약품, 화장품’에 사용될 수 있는 색소이고, ‘D&C’는 “의약품, 화장품”에 사용될 수 있는 색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FD&C Yellow No.5와 같이 표기한다.

이와 같이 국가별로 다른 명칭들을 통일하기 위해 최근에는 색상색인(Color Index : CI)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CI는 색상의 종류에 따라 뒤에 다섯 자리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예를 들면 FD&C Yellow No 5인 황색 4호는 CI 19140이라는 고유 번호로 표기한다.


* 색소 성분에 대한 궁금한 사항들

Q 요즘 유행하는 펄 메이크업에서 ‘갈치 비늘’로 만든 펄이 사용되나요?

A 과거 화장품의 제조능력이 떨어지던 시절에 실제로 갈치를 잡아 비늘을 벗기고 말려서 가공 후 제품에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제조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비싸고, 일정한 품질의 유지, 제품의 정제, 품질 균일성, 안정도(변색, 변취 등) 등에서 많은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펄 성분의 제조기술이 발달하여 갈치 비늘보다 더 다양한 색상과 높은 광택도, 우수하고 균일한 품질과 안정성을 가진 펄 원료가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갈치 비늘은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다.

Q 색조화장품에 납 성분이 사용된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인가요??

A 중세 유럽에서 얼굴을 하얗게 보이도록 납 가루를 바르거나, 납을 머리에 발라서 염색을 하는 등 납 성분을 화장에 이용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납은 중금속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납 중독이나 탈모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요즘엔 쓰이지 않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납, 비소 등 중금속들의 함량을 화장품법으로 정하여 사용금지하고 있음은 물론, 불순물이라도 극미량 이하로 거의 존재하지 않도록 매우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 하정철ㆍ태평양기술연구원 화장품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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