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으로 풀어 본 재벌총수가 폐암에 잘 걸리는 이유
계량화된 지표를 가지고 검증된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재벌총수들 중에 폐암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유명한 일이고, 이건희 현 회장도 같은 병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과 ‘포니정’으로 유명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도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 외에도 꽤 많은 이들이 폐암 때문에 고생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하니 내 생각이 순전히 억측만은 아니지 싶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경우는 몇 년 전에 타계한 SK그룹의 최종현회장이었다. 그렇지 않은 재벌총수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는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았고, 기(氣)의 수련에도 조예가 깊어 기공(氣功)의 수련이 상당하여 전문가 수준에 달했다고 하며, 이 방면에 저서까지 내고 그룹 사원들의 교육에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기공이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기를 섭취하고 돌리는 일, 즉 호흡과 도기(導氣)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러한 기의 출납과 순환에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게 바로 폐(肺)가 아닌가? 그런데 간암도 위암도 아니고 폐암이라니…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동양의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이런 얘기를 나누어 왔다.
한의학에서는 살아있는 인체를 순환하는 몸 안의 통로로 12경락과 3백여개의 경혈을 상정한다. 그중에서 첫 번째가 바로 폐 경락이다(手太陰肺經).
폐 경락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다. 상복부 근처에서 발원하여 아래로 대장과 교통하였다가 다시 횡격막을 뚫고 위로 올라가 후두와 기관지를 거쳐 겨드랑이 아래쪽에서 팔꿈치 안쪽 오목한곳을 거쳐 엄지손톱 뿌리(少商穴)까지 내려온다.
한자 폐(肺)자를 살펴보면 고기 육(肉)변에 시장 시(市)다. 시장이 원래 물건이 들고 나는(出入)곳이고, 폐는 기가 드나드는 곳이니 적절한 유비(analogy)다.
그런데 상인은 시장에서 물건을 유통시켜 이익을 남기는 사람이다. 기이하게도 폐경의 마지막 혈 자리가 장사 상자가 들어가는 소상(少商)이다. 최근 중국 한의사들에 의해 노상(老商), 대상(大商)등의 새로운 혈 자리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여하간 상인들의 폐장과 폐 경락은 좀 남다른 면이 있을 듯싶다.
엄지 아래쪽에 물고기의 배처럼 손바닥 두툼한 부분 역시 수태음 폐경락이 지나는 자리로 어제혈(魚際穴)이라 부른다. 엄지의 길이나 어제혈의 살찐 정도를 보고 재물운을 따지는 수상(手相)도 경락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억지인지 모르겠으나 재물을 가장 많이 모으는, 최고의 상인이라 할 재벌 회장이라면 아무래도 나가는 것보다는 들어온 것이 더 많은 비통상(非通常)의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기의 출입 즉 호흡을 관장하는 폐장과 폐경락의 이상 즉 병리현상의 유발과 강한 정적(正的) 상관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기가 자유로이 드나들어야 하는데 들어오는 공기가 나가는 공기보다 훨씬 많은 불균형의 형국이다.
해부학적으로도 폐는 고대 중국 황제의 마차를 덮던 파라솔(華蓋)처럼 오장육부중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한다. 연약한 여자처럼 병사(病邪)의 침습을 가장 받기 쉬운 장부(肺爲嬌臟)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상(大商)중에 대상(大商)이라 할 재벌총수들은 폐의 관리에 일반인들보다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비록 자본주의 윤리에 의해 열심히 노력해 모은 귀중한 사유재산일지언정 그 일부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의 정신을 발휘한다면 깨어진 시장의 균형도 바로 잡고 내 몸의 밸런스도 바로잡아 건강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김중산 <M.D / 한의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