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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의 비극 ‘맥베드’엔 맥베드가 마녀에게 예언을 받는 운명적인 장면에서 마녀들이 열심히 독약을 제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재료도 독사의 혀, 박쥐의 날개, 도마뱀의 다리, 호랑이의 내장 등 엽기적이다. 이렇게 마법과 그에 쓰이는 적절한 약의 제조는 언제나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마법사나 마녀가 나오는 만화영화엔 언제나 호리병 속 마법약물이 등장한다.

세계 최고의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도 예외가 아니다. 마법을 최고로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갑자기 자신이 갖지 못한 마법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서슴없이 약병을 들고 마셔대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를 유심히 본 관객들이라면 마법약을 마실 때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수들과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간식으로 감초사탕을 권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감초는 한약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누구나 그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유명한 약재가 아닌가? 한약처방에 부단히도 등장하는 감초는 백약의 독을 푸는 작용으로 한의학에서 설명된다. 즉, 너무 강한 약성을 지닌 한약재들의 독성을 줄여줘 전체적으로 조화를 꾀하는 작용으로 설명하면 적당할 것이다.

감초의 대표적인 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설탕보다 몇 십배의 단맛을 내며, 항염증작용과 항알레르기 작용 등을 갖고 있어 간장질환과 알레르기에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특히, 몇년전 중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사스에도 특효를 지닌 것으로 밝혀져 한 때 감초가 동이 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감초에 열처리를 가한 것을 초감초라고 하는데, 기존 감초보다 소화기계를 돕는 작용이나 원기를 높여주는 작용이 강화되어 있다. 이 열처리 과정에서 글리시레틴산이라는 것이 생성되는데, 부신피질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이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작용을 한다.

평소에 마법과 관련된 강한 약을 마셔야 하는 마법사들에게 독성을 줄여주는 감초사탕을 간식으로 권하는 영화속 장면들은 약에 관한 상당한 이해가 밑바탕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혁재-경희의료원 약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