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뇌졸중도 반복되면 치매로
|
올해 10월, 80세 생일을 맞은 대처 여사의 기억력이 나빠진 원인은 아마도 여러 차례 발생한 뇌졸중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녀는 최근 수년간 가벼운 뇌졸중 증세를 반복 경험했으며, 지난 12 월 7일에는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잠시 입원하기도 했다.
드문 일이지만 뇌졸중이 기억의 회로를 손상시키면 단 한번의 뇌졸중으로도 기억력 저하 증세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여러 차례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혹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무증상 뇌졸중이 지속된 경우에는 기억력 상실 증세가 회복되기 어렵다. 대처 여사는 바로 이런 경우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처럼 반복된 뇌졸중에 의한 치매를 ‘혈관성 치매’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 알츠하이머병도 노인 인구에서 흔한 질병이다. 또한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이 알츠하이머병을 촉발시키거나 혹은 악화시키기도 하므로 한 환자에서 뇌졸중과 알츠하이머병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대처 여사가 뇌졸중만을 앓고 있는지 혹은 알츠하이머병을 함께 가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몇 가지 치매 검사와 MRI, PET 같은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오직 부검에 의해서만 두 질환이 감별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뇌졸중 환자가 알츠하이머병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 치매 증세가 더 심하며, 치료 결과도 나쁘다.
대처 여사에게는 이래저래 마찬가지겠지만 여사의 증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2002년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이 영국 국민으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얄타 회담에 참석했던 루스벨트 대통령, 그리고 국제연맹 결성을 위해 유세를 다니던 윌슨 대통령은 반복된 뇌졸중에 의한 치매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윌슨의 임기 말기에 실질적인 국정운영은 아내와 주치의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 미래를 책임진 정치인들은 자신의 건강 관리에 더욱 주의를 해야 할 것이다.
/ 반건호·경희의료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