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나도 한번 '아침형 인간' 되어볼까?
의학전문
입력 2004/01/13 11:05
인생을 두배로 산다는데…
‘아침형 인간’ 바람이 불고 있다. ‘아침형 인간’이란 말은 작년 10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부터 화제가 됐다.이후 ‘아침형 인간 성공기’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등 관련 책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그 열풍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새벽 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에 나선다면 집중력과 효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아침형 인간’. 그렇다면 누구나 생리학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는 걸까. 또 아침형 인간이 가장 이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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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체 시계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
사람들은 잠에 들고 깨어나는 시기를 결정하는 각자의 ‘생체시계’(Internal Clock)를 가지고 있다. 생체시계는 체온이나 혈압 등 생리 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뇌신경 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생체시계는 눈 뒤의 뇌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시신경 교차상핵’(SCN)이라 불리는 곳에 있다.
생체시계는 빛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빛이 ‘SCN’에 신호를 전달하면, 신경세포 안의 단백질 유전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면서 호르몬의 생산을 조절한다. 특히 수면과 관련된 신경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심야에 규칙적으로 활성화되면서 하루의 수면시간을 조절한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에 따르면, 생체 시계는 햇빛의 20분의1 정도의 실내 조명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전기 조명이 생체 리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정신과 김인 교수는 “이 때문에 도시 직장인의 생체 리듬은 일출 일몰로 인한 자연 리듬보다 3∼5시간 정도 후퇴해 있는 상태로, 대부분 밤에 잠들기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생체시계는 단순히 빛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을 깜깜한 동굴에 가둬놓아도 빛과 상관없이 하루를 주기로 움직이는 자신만의 고유 리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체 리듬의 주기는 보통 하루 24.5시간을 주기로 돌아간다. 이는 달의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을 추정된다.
◆ 생체 시계는 타고 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지만, 생체 리듬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아침형’과 ‘저녁형’을 구분하는 방법은 멜라토닌 측정. 수면과 관련된 멜라토닌은 새벽 3시에 최고조에 이른다. 따라서 최고점이 이보다 늦어지면 ‘저녁형 인간’에 더 가까운 것이다.
체온도 생체 시계의 지표가 된다. 체온은 새벽 5시에 최저에 이른다. 따라서 체온의 체저점이 이 시각보다 이르면 ‘아침형 인간’에 가깝고, 늦으면 ‘저녁형 인간’에 가까운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 단순히 의지만으로 ‘아침형 인간’이 되기는 쉽지 않다”며 “나이든 노인들 경우 대부분이 일찍 자고 일어나는 이유는 나이들면 생체 시계가 앞당겨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적으로 소양인이나 태양인 같은 ‘양인’은 몸에 양기가 많은 체질로 ‘아침형 인간’에 속한다. 이들은 양기의 활동이 시작되는 새벽부터 활기에 넘친다. 자생한방병원 사상체질클리닉 조영 과장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기 쉬운 사람이라면 양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반대로 소음인이나 태음인은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돼 아침잠이 많고 일을 시작하더라도 오전 중에는 멍한 상태로 있기 쉽다”고 말했다.
◆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저녁형 인간은 아침에 규칙적인 일상업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불리하다. 이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꾸준히 기상 시간을 조금씩 당기면서 아침에 일부러 빛을 많이 쪼이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다.
윤인영 교수는 “일어나자 마자 집안 조명을 환하게 하고, 해가 뜨자 마자 창문을 열어 햇빛으로 실내 채광을 최대한 좋게 하는 것이 좋다”며 “아침 햇살에 신문 등 글을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아침형 인간’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신경정신과에서는 ‘지연성 수면 위상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이들에게는 아침에 1만 룩스 정도의 강한 빛을 쪼여주는 광선치료를 하기도 한다.
◆ 하루 생체 주기 활용법
설명회는 아침 10시·보고서는 오후가 좋다
기상 1~2시간 전부터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인 코티졸이 많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기상 직후에는 혈당이 올라가고 뇌에 에너지가 충만하고 자신감이 생긴다. 따라서 오랫동안 주저했던 난제를 풀기에는 이른 아침이 좋은 시기다.
늦은 아침에는 체온이 올라가고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른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기에 가장 좋은 때로, 정밀한 분석이 요구되는 일이 어울린다. 설명회는 목이 충분히 휴식한 상태인 아침 10시 정도가 적당하며, 지루한 보고서는 오후에 보는 것이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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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이나 사과는 긴장감이 풀리는 식사 직전이나 귀가 시간 바로 전에 하는 것이 좋고, 해고나 감봉 소식 등은 심혈관 질환이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오후 3~4시가 적당하다.
한편 성장호르몬 분비는 밤 11시와 2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다.
약물 복용도 질병의 24시간 주기에 따라 맞추는 것이 권장된다. 천식은 주로 밤시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초저녁에 약을 복용해야 하며, 위산은 야간에 더 많이 분비되므로 위궤양 환자는 저녁을 먹으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로 간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은 저녁이나 밤에 왕성하게 합성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저녁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