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유태우교수의 新 건강학] ④ "둔감해져 보라"…혈압약 끊을 수 있다

민감한 마음이 혈압 올려 …느긋해져야
일부러 어질러놓고 살기 등 생활변화를

김범수(가명)씨는 50대 후반의 활동적인 직장인으로, 고혈압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그동안 혈압 조절이 잘 안 돼 여러 번 약을 바꾸었으며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했을 때에는 3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을 하루 2번, 약의 알 수로는 하루 8알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의 혈압은 수축기가 140(㎜Hg), 이완기가 90으로 고혈압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석 달 후 고혈압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고도 혈압이 120/80으로 정상이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혈압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일생 끊을 수 없다고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혈압약 먹기를 주저하기도 하고, 먹더라도 용법대로가 아닌 되도록 적게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 자신도 최근까지 고혈압의 대부분은 유전적 원인을 갖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고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혈압약을 유일한 치료약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혈압약은 치료약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혈압약은 고혈압이 일으키는 합병증, 즉 뇌졸중·심장병·신장병 등을 예방하지만, 고혈압 그 자체를 없애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론 유전적이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있다. 하지만 다음 다섯 가지가 주요 원인이다. 첫째는 과체중과 비만, 둘째는 숨찬 운동 부족, 셋째는 과다 염분 섭취, 넷째는 과다 음주와 과다 카페인 섭취, 다섯째는 몸의 민감성 등이다.

과체중과 비만은 자신의 키(미터 값, 센티미터가 아님)의 제곱에 23을 곱한 숫자보다 자신의 체중(㎏)이 더 많을 때를 말한다. 숨찬 운동은 거의 매일 30분 이상을 권장한다. 하루 염분섭취가 10g 이상이면 과다이다.

과다 음주는 1회 마시는 양이 소주 1/2병 이상(알코올로서 30g), 1주일 총 마신 양이 소주 1병 이상(알코올로서 60g)인 경우이다. 카페인 음료는 적게 마실수록 혈압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다섯 번째가 가장 중요한 ‘몸이 민감하다’는 것인데,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혈압이 많이 오르고, 평상시에도 혈압의 변화가 심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평상 시에는 혈압이 정상인데, 꼭 병원에만 오면 혈압이 높아지는 이른바 ‘백의(白衣) 고혈압’도 이 중 하나이다.

이런 분들은 흔히 “혈압이 저절로 오른다”라고 표현하는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사실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혈압을 올리고 있는 것이 맞다.

자신의 몸이 여러 상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민감성은 사실 혈압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근육을 긴장시켜 뒷목과 어깨를 뻣뻣하게 하고, 긴장성 두통을 일으키며, 소화장애나 불면증, 만성피로 등도 일으킨다. 혈압을 재려고 하면 겁부터 덜컥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혈압약을 끊으려면 위의 첫 4가지 원인을 해결하고, 다섯 번째 원인인 민감한 몸을 둔감하게 만들어야 한다. 보통 3개월의 훈련이 필요한데, 자신을 민감하게 하는 상황들에 여지껏 했던 것과는 반대로 행동해 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할 일이 열이면 일부러 여덟만 하기, 일부러 어질러 놓고 살기, 약속시간 어기기, 일부러 져주기, 욕먹을 짓 해보기, 기다리던 지하철 타지 않기, 지저분한 화장실 사용하기 등이다.

어떤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불성실해질 수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훈련이기 때문에 몸이 둔감해지면 다시 ‘성실’로 복귀하면 된다.

위의 김씨는 고혈압의 다섯 가지 원인 중 체중을 제외한 4가지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개선하여 혈압약을 끊을 수 있었다. 필자에게 다니는 고혈압 환자 5명 중 1명은 이런 방식으로 혈압약을 끊는다.

(유태우·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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