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양·한방 이야기] 어혈과 고지혈증

혈관에 기름기 쌓여 피 끈적…서로 일맥상통
한방선 소풍탕 처방, 양방선 식이요법 치료

피는 생명의 원천이다. 당연히 건강한 피가 잘 흘러야 모든 신체기능이 원활하다.

그렇다면 어떤 피가 건강한 피고, 어떤 피가 건강하지 않은 피일까? 흔히 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피를 ‘탁한 피’라 한다. 각 세포에 전해주고 남은 영양분, 제대로 배설되지 못한 노폐물 등이 피 속에 남아 탁한 상태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피가 탁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쓸모없이 넘쳐나는 영양분, 그 중에서도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혈액에 쌓이는 고(高)지혈증이 가장 흔하다.

고지혈증은 동맥경화를 일으켜 혈관을 좁게 하고, 피딱지(혈전)를 만들어 혈관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이것이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심장의 관상동맥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이 된다.

이런 고지혈증을 한방에서는 ‘어혈(瘀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어(瘀)’는 ‘적혈(積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혈관 내에 발생한 기름기나 혈액의 덩어리가 정체되어 있는 혈액의 상태를 ‘어혈’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혈액이 쉽게 응고되고 끈적하며 기름기가 많고 검붉은 색을 띠는 상태가 ‘어혈’이니, 양방의 고지혈증 상태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때론 어혈을 한의학에서는 정상적인 혈액의 통로에서 이탈된 피를 말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타박상을 입어 발생한 출혈이 재흡수되지 못하고 조직이나 피부에 몰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양방에서 고지혈증 치료는 지방질 식사를 제한하는 식이요법과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는 약물을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고지혈증을 비(脾)·간(肝)·심(心)기능 저하로 인해 습담(濕痰)이 끈적끈적한 상태로 혈액 등에 정체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소풍탕, 거풍속명탕 등을 처방한다. 정신적 울체(鬱滯)도 어혈의 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를 풀기 위한 청간건비탕 등도 처방된다.

(박유근·의사·원초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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