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양·한방 이야기] 울화와 신경증

두통·가슴두근 거림·호흡곤란등 증세 다양
한방선 火 다스리고 양방선 항우울제 치료

우리는 흔히 “울화가 치민다” 또는 “울화통이 터진다”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여기서 울(鬱)은 발산되지 못한 억울한 감정을 뜻하고, 화(火)는 마음의 열(熱)을 가리킨다. 즉 억울한 감정이 열로 치솟아 오름을 뜻한다. 울은 그 원인이요, 화는 증세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울화증’ 또는 ‘화병’이라고 부른다. 화병은 중국 명대(明代)의 명의 장개빈(張介賓)이 ‘경악전서’에서 ‘화증(火證)’이라는 말을 처음 쓰면서 유래된 용어다.

화(火)는 한의학에서 오행(五行) 중의 하나로 각종 질병 과정에 나타나는 병리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즉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신체 여러 부위에 병리 증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실제적으로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화의 증상은 참으로 다양한데 두통,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설사, 집중력 저하, 짜증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 하나 성한 구석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각종 신경증과 유사하다. 우울신경증, 신경쇠약신경증, 불안신경증, 공포신경증, 사고후 신경증, 강박신경증 등이 모두 화병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딱히 우리나라 고유 문화에 따른 ‘화병’을 서양의학에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는 없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분노 증후군’(anger syndrome)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울화의 치료는 위로 올라가는 화를 아래로 내려주는 약물과 침구 요법을 이용한다. 서양의학에서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치료를 병행하면서 환자의 민감 반응을 돌려주거나 차단하는 행동요법도 쓴다.

한의학의 ‘울화’건, 서양의학의 ‘신경증’이건 그것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다.

(박유근/원초당한의원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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