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유방이 아프면 암이 아니다
병은 정신·심리상태서 오는 것이 훨씬 많아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 고쳐야 나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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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친한 친구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을 알게 됐고, B씨는 친척이 위암 진단을 받아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자신이 암에 걸렸을까봐 매우 두려워했다.
육안이건 현미경이건 병소를 확인해야 확진을 하는 현대의학에서 크게 간과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능적 질환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병들은 암·심장병 등 기질적 질환 즉 신체 이상 질환이다. 이런 질환들은 장기, 조직, 세포 및 체액 등에서의 변화를 각종 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다.
반면 기능적 질환은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정신·심리 상태에 따라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기질적 질환의 상대개념이 기능적 질환인 셈이다. 물론 이 두 가지 분류에 정신과적인 질병은 별개이며, 기질적·기능적 질환을 합쳐서 신체 질환이라고 한다면, 신체 질환의 상대개념은 정신 질환이 될 것이다.
흔히 기능적 질환을 ‘신경성’ 질환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기능적 질환은 정신적 원인이 신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쳐 눈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심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엄연한 ‘신체 질환’이다. 놀라운 것은 이 기능적 질환이 기질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합친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흔하다는 사실이다〈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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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 질환과 기질적 질환을 비교해 보면(표), 가장 큰 차이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과 치료 경과이다. 일반인과 의사들의 통상적인 인식과는 달리 별로 심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능적 질환이 훨씬 심한 증상 및 고통을 겪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증상의 심한 정도에 비해 기질적 병변을 발견하지 못한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고, 이 때문에 환자는 더욱 불안해지고 이 불안은 다시 증세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겪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환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고통과 불안감을 고쳐 달라고 여러 병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 예로 위 내시경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위염은 거의 증세가 없는 반면, 아무 이상이 보이지 않는 ‘기능성 위장장애’는 거의 100% 심한 증세를 보인다.
치료경과를 보면 암 등 기질적 질환은 질병의 심한 정도에 따라 깨끗하게 낫거나, 아니면 그것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적 질환은 그 자체로는 신체 장애나 사망으로 가게 되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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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능적 질환은 오래 앓는 경우가 흔한데, 그 이유는 병 자체가 만성이라기보다는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을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증세만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치료방법도 심리 및 행동진단, 스트레스 관리, 행동치료 등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각종 검사, 약물, 처치 등으로 해결하려 든다.
앞서 두 환자는 물론 암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통증은 어디에서 왔을까? A씨의 유방통은 여성의 월경주기와 관련된 생리적 통증이 불안감에 의해 가중된 것이었고, B씨의 위장장애도 스트레스에 따른 기능성 장애였다.
암은 대표적인 기질적 질환이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암들은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전혀 증세가 없다. 따라서 아프면 암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이 말은 암은 증세가 없을 때 미리 조기 진단해야 한다는 점도 의미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