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한방육아] 아기 변비엔 콩·현미 먹이면 좋아

잣·땅콩·호두같은 견과류, 변 부드럽게

관장전엔 항문주위 베이비오일 마사지


▲ "엄마 응가가 안나와요!" 변비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만성적 허비로 이어진다.
예은이와 예준이가 요즘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아주 굳고 동글동글한 변을 보기 시작했다. 변을 볼 때에도 앉은 자세로 제법 ‘끙’ 하고 힘을 준다. 아직 변비라고 하긴 이르지만, 아무래도 음식에 신경이 쓰인다.

어떤 상태를 변비라고 할까? 3일에 한번씩 변을 보면서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매일 변을 보면서도 괴로워한다. 따라서 변의 횟수로만 변비를 정의할 수는 없다. 변비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직장 내에 대변이 차 있는 상태’를 말한다.

아이들의 직장은 어른보다 탄력성이 좋아 대변이 직장에 들어오더라도 생각보다 더 오래 참을 수가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대변을 참기 시작하면 항문의 감각이 사라지고, 참은 대변 위에 계속 대변이 쌓이면서 변비가 생긴다. 따라서 아이들의 변비는 축적성 변비라고도 표현한다.

변비가 있어 치료받는 아이들은 보통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된 후에야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 변비가 오래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원인으로든 직장에 들어온 대변을 바로 보지 못하고 미루게 되면 아이들의 직장은 탄력성이 좋아서 늘어난다.

또 뇌에서 변을 보고 싶은 신호인 변의(便意)가 줄어든다. 변의가 줄어들면 며칠씩 대변이 쌓여 수분이 장벽으로 흡수되고 대장의 근육이 늘어나 대변이 굵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변을 보면 대변을 보기 위해 힘을 주는 것 자체도 힘들 뿐 아니라, 굵고 딱딱한 변이 나오면서 항문 주위가 찢어져 출혈이 생긴다. 이때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므로 이런 기억이 있는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대변 보기를 무서워하면서 변을 참는다.

진료를 하다 보면 “우리 아기는 변 보는 게 전쟁이에요. 울고불고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하며 배변의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있다. 또는 “우리 아기는 변을 볼 때가 되면 이상하게 구석으로 숨어들어요” 한다. 대변 보기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특징이다.

한의학에서 아이들의 변비는 열비와 기비, 허비로 분류한다. 열비는 위와 장에 열이 많아서 생기는 변비로 이런 아이들은 배가 빵빵하고 얼굴이 붉은 경우가 많고 땀을 많이 흘린다. 한약재로는 성질이 찬 알로에(한약명 노회) 같은 약물로 치료한다. 단, 알로에는 속열을 풀어서 변을 통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지만, 자극성 하제이기 때문에 오래 쓰는 것은 좋지 않다.

허비는 장의 기운이 떨어져 생기는 변비이다. 열비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고 오래 지속하면 만성적인 허비로 이어진다. 이럴 때는 잣이나 땅콩, 호두 같은 견과류를 쓰면 변을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약재로는 당귀와 꿀과 같은 연변완화제를 쓰는 것이 좋다. 단, 꿀은 돌 이전의 아기들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비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잘 생긴다. 기비는 대변을 동글동글하게 보면서 토끼똥처럼 똑똑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약재로는 지각(탱자 말린 것)이 기비에 잘 듣는다.

물론 최고의 변비 치료제는 음식이다. 변비에는 특히 현미가 좋다. 현미의 섬유소는 물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변을 무르게 하고 변의 부피를 늘려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현미를 주기보다는 5분도미나 발아현미를 사용하다가 점차 현미와 현미찹쌀의 비율을 높이면 된다. 콩을 많이 먹이고 평소에 식이 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일도 즙만 먹일 것이 아니라 통째로 먹이고, 물도 많이 먹여야 한다. 야채만 많이 먹고 물을 안 먹으면 소용이 없다.

오래 변을 못봐 변이 딱딱할 때는 관장하기 전 항문 주위를 베이비 오일로 살살 마사지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동함소아한의원 원장)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