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아 고민이라며 일리자로프 수술(뼈를 자른 뒤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늘리는 방법으로 키를 크게 하는 것)을 해 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늘 써 먹는 수법이다. 몇 년 전까진 이 수법이 좀 먹혀 들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한쪽 귀로 흘려버린 뒤 키를 확실히 키워 준다는 ‘용한 곳’을 찾아 떠난다.
아이의 키가 장차 얼마나 클지 성장판 검사를 해 달라는 부모들도 많다. 성장판 검사라는 것은 무릎 엑스레이를 촬영해서 성장판에 별다른 이상이 있는지 혹은 성장판이 열려 있는지 닫혀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정밀 검사라는 것도 손 부분을 촬영하는 엑스레이 검사로 골(骨) 연령을 측정해서 앞으로 무릎 부근에서 대략 몇 ㎝가 더 자랄 것인지 예측하는 정도다.
그나마 이렇게 예측하는 근거가 되는 각종 자료도 1950년대 미국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자료여서 정확도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도 이런 검사는 큰 병원에서 받아야 정확하다고 필자를 찾아오는 부모들을 대하고 보면, 필자가 점쟁이처럼 용해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 밖에 성장을 촉진시켜 준다는 각종 약물과 보조식품, 기계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기대도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러나 그 같은 약물이나 식품, 기계를 장기간 인체에 투여 또는 적용해 어른 키가 더 커졌다거나 성장속도가 객관적으로 증가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
이렇듯 불확실한 키크기 치료법이 매스 미디어의 힘을 빌려 과학적인 진실로 둔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노력해 무엇을 이루어 내는 것보다는 큰 키에 멋진 외모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는 사회 환경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이 때문에 키 작은 아이의 부모들은 혹시라도 내 아이가 키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장차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애태우며 키를 크게 해 주겠다는 용한 곳을 찾아 다니고 있다. 키 작은 아이를 가진 부모의 애타는 심정이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박수성·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