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달포 이상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벌써부터 몸과 마음이 축축 늘어진다. 올 여름은 장마가 짧고 폭염이 심하다는 게 기상청의 장기 예보. 이렇게 높은 기온은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깨뜨리고 생리현상을 변화시켜 건강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계절에 어떻게 하면 건강을 잃지 않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을까? 여름철 건강과 쾌적한 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열(熱)피로 - 과격한 운동 피하라

기온이 높아져 체온이 상승하면 몸의 열을 떨어뜨리기 위해 땀을 흘리게 된다. 땀이 나려면 피부의 혈관이 확장돼야 하므로 혈압이 평소보다 약간 낮아진다.

또 혈관이 확장되면 이 곳에 더 많은 피가 몰려야 하므로 자연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도 가빠지게 된다. 이 때문에 뇌로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어들어 인지기능과 정신활동 능력이 떨어진다.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빠져 나가면 피로, 현기증, 구역질, 식욕감퇴, 가슴 울렁거림,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하는 이런 증상을 ‘열 피로’라고 한다. 여름철만 되면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정신이 몽롱하고 집중이 되지 않고 피로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원칙적인 얘기지만 열피로의 예방을 위해선 뜨거운 햇볕 아래서 심한 육체활동을 삼가야 하며 무엇보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특히 노인이나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은 탈수가 돼도 갈증을 더디게 느끼거나 못느끼는 경우가 많아 열피로가 생기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실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수면,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휴식,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운동 등으로 체력을 기르고 인체 리듬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엔 체력 소모가 많으므로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걸러선 안 된다. 과격한 운동이나 과로, 과음, 스트레스 등으로 인체 리듬이 깨지면 불면증, 소화장애, 감기, 불쾌감 등 각종 증상이 초래된다. 여름철엔 인체 각 시스템이 일종의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과 같아서 과음·과로 등으로 인한 증상은 평소보다 더욱 심하게 나타나므로 보통 때보다 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피부관리 - 출근할 때도 자외선 차단제 발라야

햇볕은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의 합성을 체내에서 촉진해 골격을 튼튼하게 하고 우울증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지만 피부에는 백해무익하다. 선탠이나 인공선탠을 하는 경우엔 햇볕 속 자외선이 피부를 쭈글쭈글하고 거칠게 만드는 등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멜라닌 색소가 자극돼 검버섯이나 기미, 잡티 등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젊고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조건 햇볕을 피해야 한다. 자외선이 강한 낮 시간엔 가급적 야외 활동을 삼가고, 불가피한 경우엔 모자를 쓰고 긴 소매 옷을 입어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발라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를 예방해야 한다.

최근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자외선A는 흐린 날에도 지표에 도달하며 야외가 아닌 건물 속에 있어도 창문을 통과해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야외에 나갈 때는 물론이고 학교에 등교하거나 회사에 출근할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매일 아침 스킨이나 로션을 바르듯 1년 365일,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고 피부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한편 피서지 등에서 자외선 B에 노출돼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르고 화끈거리는 경우에는 얼음 주머니나 찬 화장수 등으로 피부를 진정시킨 뒤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 줄 수 있는 팩 등을 하면 도움이 된다. 통증과 함께 물집이 심하게 잡힌 경우엔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무좀 - 4주 이상 꾸준히 약 바르길

곰팡이의 일종인 백선균이 원인으로 주로 발에 생기지만 사타구니, 가슴, 털, 손톱, 발톱에 생기는 경우도 많다. 피부 맨 바깥쪽 각질층에 서식하는 백선균은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기하 급수적으로 증식하므로 여름철만 되면 쉽게 발병하거나 악화된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무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지만, 무좀을 치료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4주 이상 꾸준히 약을 바르거나 복용하고 발 또는 다른 무좀 부위를 깨끗하고 건조하게 관리하면 완치시킬 수 있다. “무좀은 치료가 잘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렇게 간단한 원칙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다.

요즘 시판되는 치료제는 대부분 효과가 좋아 2~3일만 바르면 증상이 좋아지거나 없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약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좀 입장에서 보면 집중공격이 퍼부을 때 잠깐 몸을 숨긴 것뿐인데 전멸된 줄로 착각하는 것이다. 결국 증상이 생기면 약을 쓰고 증상이 사라지면 중단하므로 무좀과의 지긋지긋한 전투가 끝이 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무좀이 있는 환자는 증상이 있든 없든 최소 4주에서 6주까지 지속적으로 약을 바르거나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좀이 매우 심하거나 손톱이나 발톱까지 무좀이 번진 경우엔 연고나 물약보다 먹는 약이 더 효과적이다. 먹는 무좀약은 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간이 나쁜 사람도 복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안전하다.


액취증 - 심한 경우엔 땀샘 제거해야

사람의 겨드랑이에는 우윳빛의 끈적끈적한 땀을 내는 아포크린 땀샘이 매우 발달돼 있다. 몸의 다른 부위에서 나는 땀과 달리 아포크린 땀샘의 땀은 분비된 지 1시간 이내에 체모 근처 기생균에 의해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돼 지독한 냄새를 일으키는데 특히 겨드랑이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액취증이라 한다.

아포크린 땀샘은 일반적으로 10세 이후 내분비 기능이 왕성해지면서 덩달아 활성화되므로 사춘기 전후에 액취증이 시작되며, 내분비 기능이 시들해지는 노인이 되면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약 7%는 이 땀샘의 활성화로 액취증이 생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액취증이 있을 경우 자녀의 절반 정도에게서 액취증이 나타나며 부모 모두에게 액취증이 있을 경우 자녀의 80% 정도에 액취증이 생긴다. 그러나 전체 액취증의 20% 정도는 가족력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심하지 않은 액취증은 ▲겨드랑이를 자주 씻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거나 파우더를 발라 겨드랑이를 건조하게 유지하고 ▲땀을 억제하는 약 또는 살균 작용이 있는 비누나 연고를 사용하고 ▲겨드랑이 털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액취증이 심한 경우엔 아포크린 땀샘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예전엔 겨드랑이를 길게 째서 아포크린 땀샘을 모두 제거했지만 최근엔 초음파, 레이저, 고바야시 절연침(전류가 흐르는 침) 등을 이용해 제거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10~20% 재발한다.


한편 발 코린내는 발에 기생하는 무좀균 등 여러 가지 미생물에 의해 땀과 각질층이 분해되면서 이소발레릭산이 생성돼 나타난다. 누구에게나 발 냄새가 나지만 땀이 유난히 많이 나는 사람이나 무좀처럼 미생물이 증식하는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훨씬 심하다. 따라서 다한증이나 무좀 등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엔 원인부터 제거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을 자주 깨끗이 씻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은 발 냄새를 없애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 도움말 >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원섭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성경제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임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