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은 그의 업무 일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꼼꼼히 일과를 정리해 놓은 중간 중간에 그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교통 사고 사망자가 계속 늘어만 간다. 작년에 26건이었는데 올해는 벌써 38건이다. 미치겠다. 죽고 싶다.” 한 남자가 가족과 동반 자살한 사건을 적어 둔 곳에는 새까맣게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그 옆에는 ‘생(生)과 사(死)’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차 안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이제까지 세상을 너무 쉽게 살아온 것일까. 중압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가족들은 근래에 그의 모습이 뭔가 달라져 있었던 것이 문득 기억났다. 승진 발령을 받아 근무지를 옮긴 후로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 예전보다 말수가 적어졌고, 체중도 많이 줄었다. 가족들에게 “그냥 그만 둘까” “정신과라도 가봐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만약 그가 정신과를 방문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여성 5~10%, 남성 3~5%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15% 정도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경찰관도 우울증이었는지 모른다. 우울증은 약물로 쉽게 치료된다. 설혹 우울증이 아니었다 해도 정신과를 방문했더라면 죽음에 이르도록 과중한 스트레스의 덫에서 헤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만 찾는 곳이 아니다. 신경전달물질 등의 변화로 병적인 우울감에 사로잡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약물·상담치료로 한시름 덜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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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