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납김치 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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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은 두 가지 경로, 즉 폐로 흡입되거나 입과 소화기관을 통해 인체로 들어온다. 폐로 흡입되는 경우는 금속, 유리·도자기 공예, 용접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장기간 오염된 공기에 노출돼서 발생하는 직업성이다. 보통 사람들은 오염된 물, 음식물, 음식용기 등에 의해 입과 소화기관을 통해 섭취된다.
인체가 어느 정도까지 납을 흡수해도 안전한가의 기준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와 UN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정한 ‘잠정주간(週間)섭취허용량(PTWI)’이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되는데 그 수치는 25㎍/㎏/week이다. 이를 60㎏의 성인으로 환산하면 1주일 동안 약 1.5㎎ 이다.
최근 문제가 된 중국산 김치를 하루 100g씩 일주일 내내 먹을 때 납의 함량은 약 0.15㎎으로 허용량의 10%에 불과하다. 김치만 먹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가 먹는 모든 음료와 음식의 납 함유량을 다 포함해도 보통 사람이 섭취하는 납의 양은 허용량의 30% 수준이다. 이 정도면 대체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납이 몸 안에 들어 왔다고 해서 모두 흡수되는 것은 아니다. 폐로 들어 왔을 때에는 40%, 위장관에서는 5~10% 정도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변으로 그대로 빠져나가게 된다. 위장관에서의 납 흡수율은 칼슘, 철을 많이 먹으면 더 감소한다. 그러나 납이 일단 흡수되면 주로 소변으로 하루 100㎍ 이하의 극미량만 배출되므로 장기간 몸 안에 남아 있게 된다. 인체에 흡수된 납의 반감기는 5~10년이다.
납중독은 특히 어린이에게 신경계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켜 학습 및 행동장애, 발육 부전, 청력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성인에서는 고혈압, 빈혈과 함께 위장, 신장 및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에서 납 중독이 문제가 됐던 경우는 대부분 직업성 중독이다. 무허가 환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때문에 문제가 됐던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무엇인가를 먹어서 납 중독이 문제가 됐던 경우는 없다.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이 비교적 많이 검출돼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물론 식품 위생에 대한 감시는 더욱 철저히 해야겠지만 유해성분이 검출됐다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지나친 걱정은 때때로 납과 같은 유해성분보다 더 많이 몸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고: 유태우(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