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진으로 발견 어려워…
유방촬영의 경우엔 젊은 여성의 오진율 높아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암, 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일찍 발견해서 일찍 치료하는 것이다. 크기가 1㎝ 정도인 1기 위암이나 1기 유방암의 완치율(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며 치료성적이 가장 나쁘다는 폐암도 1기는 70% 정도 완치된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흔한 병도 일찍 발견해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이 종합검진을 ‘정답’으로 알고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겐 매년 받는 종합검진이 비효율적일 수 있으며 반대로 어떤 사람에겐 종합검진으로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의사들은 건강검진도 자신의 생활습관, 병력(病歷), 가족력(家族歷)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똑똑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합검진은 건강 보증수표가 아니다

종합검진에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이 기본으로 포함돼 있으며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위내시경(또는 위조영술), 복부초음파, 유방촬영, 자궁세포진검사, 흉부 X선 검사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위암, 간암, 췌장암, 신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등은 종합검진으로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검사는 대부분의 종합검진에서 빠져 있다. 대장암 검진을 위해선 대장 내시경 검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종합검진에서 시행하는 흉부 X선 검사로는 조기 폐암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며, 유방촬영의 경우 젊은 여성에 대한 오진율(誤診率)이 높다. 때문에 유방 초음파 등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선 위내시경이나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조기 위암이나 간암·췌장암 등을 놓칠 수도 있다.

고기가 있는 곳에 그물을 내려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을 검사하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1년에 1~2회 ‘빼먹지 말고’ 받아야 하지만 그밖의 정밀 검사는 반드시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은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등이 정한 ‘5대암 검진 프로그램’<표>에 따르면 된다. 최근 증가하는 전립선암의 경우도 60~65세가 지나서 매년 피를 뽑아 종양지표검사를 받고 의심되는 경우 직장 초음파 검사를 받으면 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검사를 더 선별적으로 받아야 할까?

첫째,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그 암에 대한 검진을 좀더 일찍, 좀더 자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계 가족이 40세를 전후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면 장벽에 무수히 많은 폴립이 생기는 ‘가족성 용종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20대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BRCA1과 BRCA2라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가족 중 유방암이 생긴 경우엔 다른 가족에게도 유전성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때는 유방촬영뿐 아니라 유방 초음파 검사까지 함께 받는 게 좋다. 그러나 갑상선암의 경우 촉진(觸診)으로 암을 발견해도 충분하므로 가족 중 환자가 있다고 해서 구태여 초음파 검사 같은 정밀 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전립선암도 노년에 발병해서 서서히 자라므로 예를 들어 부친이 전립선암 환자라고 해서 미리부터 직장 초음파 검사 등을 받을 필요는 없다.

둘째,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성인병) 환자가 있는 사람이다. 이 질환들은 유전적 성향이 작용하는 데다, 가족끼리는 동일한 발병 원인(음식, 생활환경 등)을 공유하므로 가족 중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검사를 최소한 1년에 2회 정도 받아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이 발병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일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발병한 이후엔 적극적인 약물·식이·운동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또 이들은 동맥경화가 매우 빨리 진행되므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장혈관질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중 심장 기능을 검사하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으며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엔 뇌로 가는 혈관(경동맥)의 딱딱함 정도를 측정하는 경동맥 초음파 검사가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혈관에 석회질이 침착된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동맥경화의 정도를 알아보는 ‘EBT(하트스캔)’ 같은 검사도 시행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엔 눈, 신장, 발 등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주기적으로 망막검사, 신경검사, 신장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셋째, 흡연이나 비만 등 건강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담배를 20년 이상 피운 사람은 폐암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한 폐 CT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20년 이상된 모든 흡연자에게 고가의 폐 CT를 권고할지에 대해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또 흡연자나 체질량지수 25가 넘는 뚱뚱한 사람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환자처럼 동맥경화가 촉진되므로 필요에 따라 운동부하검사나 경동맥초음파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최근 도입된 각종 질환 최신 진단법들

최근 도입된 검사법 중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이 PET-CT다. 1회 검사에 100만원 정도가 들지만 “암의 씨앗까지 찾는다”고 소문이 나면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 PET-CT는 글자 그대로 PET와 CT를 결합시킨 것이다. 양전자단층촬영이라 부르는 PET는 인체의 대사 원리를 이용한 진단법이다.

암은 인체의 정상 세포보다 대사가 활발하므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의약품과 포도당을 결합시켜 정맥에 주사한 뒤, 양전자를 촬영해 포도당이 소비되는 정도를 관찰하면 인체 어떤 부위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면 그곳에 암이 있다고 판단한다.

CT나 MRI가 암 덩어리의 모양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PET는 암 세포의 기능(에너지 대사)을 찾아내는 것이다. CT나 MRI가 암이 일정 크기 이상 자라야 진단이 가능한 데 비해 암의 식성(食性)을 추적하는 PET는 암이 채 자라기 이전에도 진단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PET는 해상도가 낮아 암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 위치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찾기 어려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PET와 CT를 결합시킨 게 PET-CT다. 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나 암 치료를 끝낸 환자의 재발 여부를 검사할 때 주로 사용되지만 이 검사로도 5㎜ 이하의 암은 찾아낼 수 없다.

한편 최근엔 혈액 검사로 암을 찾아낸다고 주장하는 곳이 많지만 전립선암을 제외한 다른 암을 혈액검사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암이 생기려면 인체 내에서 여러가지 생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며 그 같은 변화를 나타내는 물질(종양표지자)을 추적하면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혈액 검사의 원리다.

그러나 암이 아닌 다른 원인, 예를 들어 염증 등에 의해서도 종양표지자가 올라갈 수 있으므로 오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현재로선 암 수술 뒤 예후를 관찰하거나 암의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등 보조 수단으로만 종양표지자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강희철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의료건강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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