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사후 응급피임약, 잘 쓰면 ‘묘약’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할 땐 효과 높아…
메스꺼움, 구토 등 부작용 주의를

아들, 딸을 둔 가정주부 이모(34)씨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 배란 시기에 부부관계를 하다가 갑자기 콘돔이 찢어지면서 정액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관계를 한 후 주말에는 병원이 문을 닫아 월요일 오전에야 방문한 것이었다. 다행히 72시간 이내였다. 이씨는 응급피임약을 처방받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

콘돔은 하루에 평균 50만개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 중 0.5% 정도가 실수로 찢어지거나 빠진다. 따라서 하루에 1만명분 정도의 응급피임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1명이 태어날 때 2.5명의 아기가 죽어간다. 한 해에 60만명이 태어나고 150만명이 죽어가는 것이다. 하루에 4000여건의 낙태행위가 일어나고 20초당 1명의 아기가 죽는다. 기혼여성 중 59.3%가 낙태를 경험했다는 보고도 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응급피임약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에도 이미 2001년 응급피임약이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사후 피임약(postcoital comtraception) 혹은 모닝애프터필(morning after pill)이라는 말을 사용해왔으나 이 용어가 응급피임의 방법 및 시기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하여 ‘응급피임’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응급피임약이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여 수정란의 자궁착상을 막는 약으로, 응급피임에 95%의 효과를 보인다. 이 약은 콘돔이 찢어지거나 사전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 강간을 당한 경우 등 불의에 성행위가 이뤄져 임신을 원치 않을 때 사용된다. 성교 후 1알을 바로 복용하고, 12시간 후 또 1알을 복용하면 생리혈이 일주일 이내에 나온다. 최근에는 성교 후 12시간 내에 바로 2알을 복용하라는 지침으로 바뀌었다. 다만 성교 후 72시간이 지나면 그 피임효과가 떨어진다. 또 수정란이 착상된 후에는 효과가 없다.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등이며 태아 기형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응급피임약은 ‘노레보정’(레보놀게스트렐 성분)으로, 현대약품이 프랑스 제약회사 ‘파르마(HRA Pharma)사’로부터 완제·수입 판매한다. 2001년 11월 처음 국내 시판이 허용되었다. 이미 8년 전 한국쉐링에서 수입하려던 ‘테트라가이논’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들어오지 못했고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5년 간 1500개의 테트라가이논 응급피임약이 11개 병원에서 사용되었다. 이 약이 들어오면서 다른 제약회사도 유사제품을 수입했고 특허권의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정란 착상된 후에는 효과 없어

2001년 도입 당시 우리나라는 찬반이 뜨거웠다. 세계 1위의 낙태국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응급피임약을 도입하면 생명경시 풍조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이 약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응급피임약 도입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 10월 이탈리아는 안젤리니(Angellini)사가 프랑스의 파르마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처방의약품으로 발매한 노레보정에 대해 허가를 내렸다. 그러자 교황청은 즉각 성명을 내고 “호르몬 응급피임제는 ‘화학적 낙태’ 행위이고 엄격한 조건하에서 수술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법률 194조를 위반하고 있으며, 약사들은 노레보정의 판매에 대해 양심에 따라 반대해야 한다”고 이탈리아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보건성 장관인 움베르토 베로네시 박사는 “노레보정 복용이 낙태행위는 아니며 이 약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 내 장치, 루프처럼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약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법률 194조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은 사회적인 반대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으로 ‘프리벤(Preven, Gynetics.Inc)’과 ‘플랜비(Plan B)’ 등이 허가되어 있다. 또한 “이 약품은 임신한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낙태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최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식약청의 임무는 이 약들이 정말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와 위험요소보다 이로운 점이 많은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있다”고 밝히며 사회성의 문제는 식약청이 아닌 국민과 여론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선진국 40여개국 중 16개국은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OECD 국가는 거의 대부분 응급피임약을 사용하고 있거나 심사 중이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탈리아 외에도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도 2000년 11월 일반의약품으로 약품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이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레보정의 판매를 허가했거나 고려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레보정의 개발국인 프랑스의회는 2000년 12월 1일, 고등학교에서의 응급피임약 배포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확정,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의하면, 학교 간호사 혹은 약국의 약사가 여학생들에게 부모 동의 없이, 또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응급피임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즉 학교 간호사는 여학생이 준비없이 성관계를 가졌는지, 강제적 성관계를 강요받았는지, 상용피임약 복용을 잊었는지 등에 대해 점검해야 하고, 응급피임약 복용법, 부작용, 상습적 복용에 대한 경고 및 일상적 피임법에 대해 알려줄 것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1년 복용 건수 30만건

임신을 원하는 여성과 응급피임약을 필요로 하는 여성에서 임신 확률이 같지 않으므로 응급피임약의 실제 효과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1주에 1번 성관계를 가질 때 임신 확률은 15%, 배란 다음날의 성행위로 임신될 확률은 약 12% 정도이다. 응급피임약의 피임 효과가 75%라는 말은 사용자의 25%가 임신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론적 임신율이 12%라면, 그 중 9%에서는 피임효과가 있고 실패할 확률이 3%라는 얘기다.

이 약은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제제이므로 단기간 사용시에는 그 안전성에 의심을 가질 만한 근거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에 의하면 응급피임약의 유일한 절대적 금기증은 임신밖에 없다. 그러나 임신의 경우 피임효과가 없다는 것이지 임신 중 사용할 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자주, 장기간 복용할 경우 건강상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에도 이미 불법적이지만 대다수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조제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많았으나 이제 그 부작용이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 도입 후 1년에 복용하는 건수는 최소 30만건 이상이기 때문에 30만건의 낙태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남성들도 산부인과에 와서 여성을 위해 응급피임약을 처방받는 신풍속도가 생겼다. 여성들도 평소에 미리 산부인과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아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기도 한다.

응급피임약은 최근까지도 그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왔고, 일반인들에게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대부분의 선진국은 응급피임약의 존재를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와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인식하에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에 따라서 그 사용편차가 심해서 핀란드의 경우처럼 전체 가임여성의 12%가 사용 경험이 있는 국가에서 1%도 사용하지 않는 국가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 해에만 150만건의 낙태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응급피임약의 문제는 단순한 약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낙태에 의한 불임증, 시험관 아기시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현실은 낙태에 의한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응급피임약도 점차 선진국처럼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선진국은 사전피임약 사용률이 30%인데 우리나라는 불과 2%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사전피임약을 오히려 보급, 확대시켜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창규 연이산부인과 원장ㆍ세계태아학회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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