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봅시다

의료개혁, 이것부터 ⑤

사소한 病도 패키지 검사 병원 옮기면 또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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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72)씨는 어지럼증 때문에 A대학병원 신경과에 갔다. 뇌와 뇌혈관 MRI까지 찍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으니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귓속 평형기관에 문제가 생겼다며 간단한 치료를 했다. 장씨의 증세는 금세 좋아졌다. 장씨 며느리는 “이렇게 간단한 거라면 다른 과 진료부터 받게 해야지 왜 굳이 100만원이나 드는 검사부터 받으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배가 아파 B병원 가정의학과를 찾은 권모(42)씨는 수납 창구에서 검사료만 40만원이 넘게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선 검사부터 해보자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더니 처음부터 한꺼번에 초음파 검사, 위 내시경 등 5가지나 하라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역 중 하나는 각종 검사를 받는 일.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불가피하지만 피 뽑히고, 굶어가며 이름도 어려운 그 많은 검사를 받다보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되고 말 것 같은 심정이 된다.

게다가 한 가지 증상을 갖고 각 진료과마다 검사를 ‘패키지’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니, 사소한 질병이라도 진단이 나올 때까지 과잉·중복 검사가 되기 일쑤다. 여기에 병원이라도 옮기면 똑같은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상반기 진료분을 대상으로 CT 촬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CT촬영 환자 중 한 달 이내 같은 질병으로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가 11.2%에 이르며, 이 가운데 26%는 CT를 재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중복 검사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의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의료 전달 체계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탓에 처음 보는 환자에 대한 병력을 제대로 알 길이 없고, 의료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다시 검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친 방어진료 비용이나 일부 병원의 저급 품질의 검사 비용까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돼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서울대병원 진단방사선과 나동규 교수는 “병원마다 기계 종류나 성능에 차이가 있어 다른 병원 검사 결과를 제대로 판독하기가 어렵다”며 “중복 검사를 줄이려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전산시스템을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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