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실험 대상인가
검증 안된 새 치료법 동의 안받고 시술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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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봅시다
지난 3월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들이 개발한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치료제를 수십 명의 난치병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해온 바이오벤처와 병원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 없이 뇌졸중·척추마비·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으며, 일부에서는 4000만원 안팎의 고가 치료비를 환자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약사법 등에서는 새로운 약제나 의료기기 등을 개발해 새로운 치료를 할 때는 식약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 기술이 ‘신(新)기술’, ‘첨단 치료’라는 이름으로 환자 동의 없이 남용되고 있다. 임상시험에 가까운 새로운 의료행위이면서도 부작용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환자 동의 없이 시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척추추간판탈출증(이른바 ‘디스크’) 환자 김모(21)씨는 지금 수술 후유증으로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튀어나온 디스크를 새로이 개발된 인공 대체물로 갈아끼우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 대체물이 다시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는 탓에 통증이 악화된 것이다. 후유증 치료를 맡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는 “디스크 대체물이 잘못될 경우 현재로선 이를 바로잡을 방법이 없는데도 위험성을 감수하겠느냐는 동의 절차 없이 수술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의료기술일수록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동의 없이 의학논문 연구용 등으로 검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울의 A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만성위염 환자 이모(61)씨는 “허락 없이 조직검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나중에 보니 매번 조직검사를 한 것으로 돼 있더라”며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J의대 주최 심포지엄에서 환자 동의 없이 수술 실황을 외부 강당으로 생중계하다가 환자가 숨진 사건이 발생, 의료사고 여부를 떠나 인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임상연구 심의기구(IRB)협의회 신상구(서울의대 약리학) 회장은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처럼 국내 식약청도 신의료기술을 검증하거나 평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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