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닭·과일 즐기고 고기는 멀리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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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수학자들은 장수의 유전적 요인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장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수인들의 경험담을 소중하게 들어야 하는 이유다.
역대 공인 최고령 잔 칼망 할머니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것으로 공인된 사람은 1997년 8월 4일
122세를 일기로 사망한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다. 칼망 할머니는 118세가 되던 1993년 기네스협회에 의해 생존 중인 세계 최고령자로 공인받았으며, 출생한 지 120년 237일째가 되던 1995년 10월, 공식 출생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도미니카의 엘리자베스 이스라엘 할머니는 작년 10월 사망할 때까지 자신이 128세로 세계 최장수라고 주장해왔지만 출생 기록이 명확지 않아 공인받지 못했다.
1875년 2월 프랑스 남부 아를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칼망 할머니는 21세 되던 해 사촌인 페르낭 칼망과 결혼했다. 딸 하나를 두었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해 더 이상의 자식은 없었고, 아를 중심지 아파트에서 110세까지 혼자 살았다. 1985년 양로원으로 옮겼고 사망하기 전 청력과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로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지만 마지막까지 활달하고 정신이 또렷했다.
칼망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생일을 맞았던 할머니는 장수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좋은 추억은 좋은 영화처럼 기억하고 나쁜 추억은 나쁜 영화처럼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답하곤 했다.
현존 최고령 반 안델 쉬퍼 할머니
현재 생존 중인 공인 최고령자는 지난 6월 말 114번째 생일을 맞은 네덜란드의 반 안델 쉬퍼 할머니다. 1890년 6월 29일 네덜란드 북부 스밀데 마을에서 태어난 쉬퍼 할머니는 매일 청어 등 생선 한 마리와 오렌지 주스 한 잔씩을 섭취해온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한다.
쉬퍼 할머니가 공인된 최고령 생존자이지만 나이가 더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계 도처에 있다. 이들은 주로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로 출생 기록이 없거나 공식적이지 않아 최장수자로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국 BBC 인터넷판은 쉬퍼 할머니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올해 125세의 할머니가 서아프리카 말리에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하와 사코라는 이름의 이 할머니는 1800년대 말 프랑스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서아프리카 투사 알마미 사모리 투레가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상세히 구술하는 등 자신의 나이를 증명할 만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그곳의 사회복지 요원들 역시 사코 할머니의 나이가 여러 정황에 비춰봐 125세가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출생증명서 등 공식적인 입증자료가 없다.
95세의 정정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사코 할머니의 장수 비결은 지극히 평범하다.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고 하느님을 잘 믿어야 한다는 것. 할머니는 평생 단 한 차례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병이 걸렸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나쁜 주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하루 한두 잔 반주·커피도
작년까지 생존해 있는 공식 세계 최고령자는 작년 11월 사망한 일본의 홍고 가마토 할머니였다. 사망 당시 116세였던 홍고 할머니는 1986년 120세 237일을 일기로 사망한 이즈미 지게치요 할머니와 같은 고향인 가고시마현 도쿠노에서 태어났다. 홍고 할머니가 말한 건강 비결은 ‘노동’이다.
“젊어서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면서 몸을 단련한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생전에 말해 왔다. 평소 이틀간 계속 잠을 자고, 이틀을 활동하는 특이한 생활리듬이 관심을 모았고, 가고시마의 특산품인 흑설탕과 소주를 매우 좋아했다는 것도 장수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과 어긋나는 부분이다.
1997년 잔 칼망 할머니 사망 후 한때 생존하는 공인 최고령자가 됐던 당시 115세의 네덜란드계 미국인 크리스찬 모르텐슨 할아버지 역시 일반적인 상식과 어긋나는 장수자다. 담배를 달고 사는 체인스모커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장수 비결에 대해 “비결은 없다”면서 단지 “깨끗하고 건강한 생활”이라고만 말했다. 주위 사람들은 모르텐슨 할아버지의 식습관에 대해 쇠고기 등 붉은 고기는 피하고 닭고기, 생선 등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었다.
국내 최고령 엄옥군 할머니
국내에 생존해 있는 최고령자는 1895년 2월 18일에 태어난 올 109세의 최애기(서울 종로구 청운동) 할머니다. 이것은 서울대 박상철 교수팀이 1999년부터 지난 9월까지 주민등록상 전국 100세 이상 노인 1296명을 대상으로 실제 나이를 조사한 결과 밝혀진 것이다.
그 다음 고령자는 최 할머니보다 9개월 가량 늦은 1895년 11월 19일 태어난 대전 중구 산성동의 엄옥군 할머니다. 최애기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고 거동이 불편하다.
최애기 할머니는 그동안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소식을 했고, 부지런한 생활습관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력과 청력이 좋지 않지만 대소변 등을 스스로 해결할 정도로 건강한 엄옥군 할머니는 하루 세 끼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같은 육류는 빠뜨리지 않고 먹는다. 입맛이 없던 적이 없을 만큼 건강하다. 하루에 한두 잔 반주를 하고,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아침 6시쯤 기상하지만 저녁 식사 후 어두워지면 곧 잠자리에 든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다. 좀체로 화를 내지 않고 화가 났던 기억도 잘 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기억력이 분명해 사람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하고 있고, 고종 황제 장례식에 상복(喪服)을 입고 며칠씩 서울에 걸어가 참석한 일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국내 남성 최고령 정용수 할아버지
국내 남성 최고령자는 1899년 2월 19일생으로 실제 나이 105세인 이영수(전남 나주시 성북동) 할아버지다. 이보다 8개월 늦은 1899년 10월 16일생 정용수 할아버지가 그 다음이다.
정용수 할아버지는 최근 들어 기력이 많이 쇠한 탓에 눈도 침침해지고 청력도 많이 떨어졌지만 말할 때마다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 묻어날 만큼 줄곧 낙천적인 성격이다. 본인이 꼽는 제1 비결도 낙천적 성격이다.
“나야 뭐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면서 좋은 공기 마신 것밖에 더 있나. 아무 거나 잘 먹고 착하게 살면 되는 거지.”
강원도 양구 출생인 정 할아버지는 일생을 충북 제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아내와는 장남 병훈(81)씨가 16세 되던 해에 사별했고, 슬하에는 두 아들과 손자 6명, 증손자 14명을 뒀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후손들 이름과 얼굴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정신이 맑다.
남다른 건강 체질은 타고난 복(福)이다. 담배는 스무 살 무렵부터 하루 한 갑씩 피우기 시작해 80세 무렵까지 피웠고, 술 역시 과음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마신 편이었지만 이때껏 큰 병 한번 앓은 적 없다. 젊은 시절엔 유달리 힘도 세고, 성격도 불 같아 마을에서 소문난 장사였다. 또 천성이 워낙 부지런해 잠시도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장수 비결을 꼽자면 유별난 가족 사랑. 일평생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온 병훈씨 내외는 이미 여러 차례 효자·효부상을 수상했을 만큼 효성이 극진하다. 낮시간 폐지를 수집하러 다니는 며느리 이씨는 끼니 때가 되면 집에 들어와 시아버지의 점심상을 차리는 일을 거르지 않는다.
( 주간조선 기자 duck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