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때 폭음하면 알코올중독 되기 쉬워
자신의 주량 모르고 마신 술로 사망까지…


▲ 청소년기에 폭음 경험으로 알코올 중독이 되기 쉽다. /조선일보 DB
대학로, 신촌, 신천 등지의 술집들이 수능시험을 끝낸 고3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초저녁부터 대취해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구토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그러나 자기 통제력이 없는 청소년의 폭음 경험은 잘못된 음주 습관을 고착화시킬 뿐 아니라, 각종 범죄와 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술 유전자를 발동시키지 말라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술에 쉽게 중독되는 이른바 ‘술 유전자’가 우리나라 사람에겐 흔하다고 진단한다.

직장인의 25% 정도가 초기 알코올 중독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도 이같은 술 유전자 때문이라는 게 남궁 교수의 설명. 문제는 어떤 사람에게 유전자가 발현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인데 ‘청소년기 또는 술을 배울 때의 폭음 경험’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남궁 교수는 “술이나 마약 등 중독의 대상을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방법으로 접할수록 중독의 정도는 깊어진다”며 “자기 통제력이 없는 청소년의 폭음은 잠자는 ‘술 유전자’를 일깨우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부모가 알코올 중독 또는 의존증인 청소년은 아예 술을 입에도 대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충고다.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라

청소년이나 대학 신입생의 폭음이 사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 주량도 모르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다 구토한 음식 찌꺼기가 기도를 막기 때문이다. 드물지만 알코올 자체가 호흡 중추를 마비시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자기 체질이나 주량을 잘 모르는 청소년은 술을 조절해서 마시지 못하며, 술취한 일행의 뒤처리에도 서툴러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며 “공연한 해방감에 들떠 폭음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각별히 관심을 갖고 주의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술을 마신 뒤 공원이나 길가에서 쓰러져 잠들 경우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윤 교수는 경고했다.


◆사고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호기심이 강하며, 충동적이며, 감정의 조절에도 서툴다. 또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깨닫지 못한다. 입시라는 ‘오랜 억압’에서 해방된 고3 수험생들은 따라서 술 기운을 빌려 충동적이고 범죄적인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2003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외박 경험이 있다는 중고생이 67.2%였으며, 폭력 경험 30.2%, 성 경험14.3%, 절도 5.1% 였다.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인 다사랑병원 신재정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은 술에 대해 관대한 편이지만, 취중의 실수나 범죄도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 밤 늦게까지 폭음하면 성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신 원장은 강조했다.


◆학교에서 음주 교육하라

‘2003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생의 40.2%가 매월 1회 이상 술을 마시고 있다. 청소년의 음주를 부도덕한 일로 간주하고 무작정 금지하기 보다는 금연교육이나 성교육처럼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교나 가정에서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윤세창 교수는 “청소년은 부모의 잘못된 음주행태를 그대로 따라 배우게 된다”며 “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음주법 등을 가르치는 홍보-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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