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나쁜 공기 정화는 하지만 혈액순환 촉진·면역 증강 안돼


▲ 산세비에리아
음이온을 내는 공기청정기, 에어컨, 벽지, 화초(산세비에리아 등)들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공기 중 음이온이 많으면 피가 깨끗해져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혈액순환 장애로 생긴 병이 호전되며, 자율신경계가 균형을 회복해 인체가 조화로운 상태가 되며, 면역력이 증강되며, 뇌의 알파파 활동을 증가시켜 머리를 맑게 한다는 것 등이 음이온 관련 상품 판매업자들의 주장이다.

이온이란 전자의 수가 너무 많거나 적어서 전기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전자가 너무 많아 음전하를 띠면 음이온, 전자가 부족해 양전하를 띠면 양이온이 된다. 음이온 발생기는 대부분 뾰족한 금속 바늘 두 개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고, 이때 생기는 코로나(불꽃) 방전을 이용해서 음이온을 만들어 낸다.

음이온의 효과에 관한 연구는 주로 일본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연구가 사람을 밀폐된 공간에 있게 한 뒤 양이온과 음이온을 번갈아 공급하는 실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금속공정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재수 박사에 따르면, 양이온을 다량 발생시키고 체열측정기로 체온을 측정했더니 순식간에 혈액순환이 지장을 받으며 체온이 내려갔고, 반대로 음이온을 발생시켰더니 혈액순환이 활발해지면서 체온이 상승했다는 것.

김 박사는 “자연상태의 공기는 일반적으로 음이온이 약간 많거나 거의 평형을 이루고 있는데, 담배연기·전자파·분진 등으로 공기에 양이온이 많아지면서 두통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며 “따라서 음이온 발생기는 양이온이 많은 사무실 등의 나쁜 공기를 정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 의대 의공학과 김덕원 교수는 그러나 “음이온 발생기 근처의 벽지는 대부분 새까맣게 변하는데, 그것은 양전하와 음전하가 합쳐진 찌꺼기가 벽에 달라붙은 것”이라며 “음이온은 발생하자마자 대기 중 양이온과 반응해 중성적인 성질의 분자로 바뀌므로 대기를 음이온이 많은 상태로 만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이온이 많은 대기의 불균형 상태를 어느 정도 바로잡는 효과는 있지만 음이온 때문에 면역력이 증강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등의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 임호준 기자 imhoju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