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빗나간 사랑의 덫, 성병이 늘고 있다

임호준

확산 실태와 예방법…반드시 2주 정도 치료를


▲ 에이즈 때문에 주춤하던 성병이 수년 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여성은 성병에 걸려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기도 모르게 병을 옮기는 일이 많다./조선일보 DB 사진

빗나가고 부정한 사랑에 대한 징벌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999년

24만3000여명이던 성병환자가 2001년 36만8000여명으로 폭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부 의사는 과거 성병 환자에게 일반 진료비를 받고

보험공단에 보고하지 않던 의사들이 최근 대부분 보험 처리를 함에 따라

통계상 환자가 폭증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렇다 해도 성병이

‘지나치게’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소장·이윤수)가

최근 20대 이상 성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17%가 성병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임균성 요도염, 사면발이 급증

매독은 더 이상 성병의 대명사가 아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조사 결과

성인 남성의 6%가 클라미디아나 헤르페스 등이 일으키는 비(非)임균성

요도염 치료를 받았으며, 임질(5%)과 사면발이(4%), 매독(1%),

헤르페스(0.5%), 곤지름(0.5%) 순으로 치료를 많이 받았다. 이 소장은

“특히 콘돔으로 예방할 수 없는 사면발이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며

“에이즈 때문에 주춤하던 성병이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한국성과학연구소의

1997년 조사에서 73%이던 남성의 외도 경험은 2002년 78%로 증가했다”며

“매매춘 등 문란한 성 풍조가 성병 확산의 1차적 이유”라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성병균의 확산도 성병이 증가하는 중요한 이유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최진호 교수는 “최근 임질이 폭증한 것도 내성

때문에 항생제(퀴놀론계)가 잘 듣지 않기 때문”이라며 “불완전하게

치료된 환자들이 병을 퍼트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도 문제다. 특히 남성과 달리 여성은 성병에 걸려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기도 모르게 병을 옮기는 일이 많다. 최

교수는 “외도한 남편이 아내에게 병을 옮기고, 다시 아내가 남편에게

병을 옮기는 ‘핑퐁감염’이 많다”며 “부부 중 한명이 성병에 걸리면

반드시 두 사람이 동시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병에 걸린 남성과 성행위를 한 여성의 감염 확률은 80%,

성병에 걸린 여성과 성행위한 남성의 감염 확률은 20% 정도로 보고돼

있다.

◆ 자궁암, 전립선암, 불임 등 유발

매독이나 임질 등 성병은 3~4일 정도 항생제 치료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며, 많은 남성이 “이젠 다 나았구나”하고 치료를 중단한다.

최진호 교수는 그러나 “성병은 반드시 2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며 “균을 박멸하지 않으면 체내에 잠복해 있다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치료가 불충분해 매독균이 신경을 침범하면 실명할 수 있고, 뇌에

침범하면 백치나 정신병이 될 수 있다. 매독에 걸린 임신부는 태아에게

균을 전염시킨다. 임질은 여성의 대하, 배뇨 곤란, 요통 등을 유발하며,

난관을 막아 불임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아이오아대 연구팀은 최근

임질과 매독에 걸린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확률이 각각 1.4배,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전문지 ‘역학(疫學)’에 보고했다.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암의 직접적 원인이다. HPV는 남성에게

성기 사마귀를 유발할 뿐 여성에겐 큰 해를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십년의 세월 동안 자궁 세포를 손상시켜 자궁암을 일으킨다.

국립보건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흥업소 종사자의 절반 정도가

HPV에 감염돼 있다.

◆ 방광염·전립선염은 전염되지 않는다

성병은 성행위로만 전염되며, 따라서 예방을 위해선 건전한 성생활이

필수적이다. 미심쩍은 상대와 성관계를 할 경우엔 콘돔이나

살균·살정제가 효과가 있지만 만능이 아니다. 서울포르테비뇨기과

김영찬 원장은 “살정제의 경우 임질은 효과가 있지만 헤르페스는 막지

못하며, 콘돔을 껴도 음낭이나 음모의 전염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들의 방광염이나 남성들의 전립선염은 성병이 아니며, 따라서

성 행위를 통해 전염되지도 않는다. 최 교수는 “그러나 방광염이 두세

달에 한 번씩 재발할 정도로 잦다면 성병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병의 감염 경로

▲비임균성 요도염 =클라미디어·트리코모나스·헤르페스 등이 원인균.

질이나 항문·구강 등 점막 접촉으로 전염되지만, 드물게는 성적 접촉

없이 옮길 수도 있음. 접촉 20~30일 뒤 요도 불쾌감·빈뇨·배뇨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남.

▲임질 =성행위 1~14일(보통 2~3일) 뒤 요도의 불쾌감, 배뇨시

화끈거리는 증상이 느껴짐. 남성의 10%, 여성의 90%는 증상이 없음.

콘돔이나 살정제로 예방 가능.

▲매독 =평균 3주 잠복기 거친 뒤 통증이 없는 단단한 궤양이 주로

성기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1기 증상. 2기로 진행되면

피부발진·탈모·편도선염 등 증상이 나타나며, 3기엔 뇌신경 등을

침범함. 치료 뒤 반드시 혈액검사로 완치 여부를 판정해야 함.

▲사면발이 =대부분 성관계로 접촉되지만 드물게 침구나 변기 등에 의해

전염되기도 함. 음모에 기생하는 이가 원인이며, 잠복기는 17일 이하.

가려움증이 심하며 긁어서 2차 피부 감염을 일으킴.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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