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수정 세계 최고수준…年 2만회 시술
쌍둥이 줄이려 수정란 실험실 배양기간 늘려


▲ 한 불임전문 클리닉에 냉동 보관된 수정란을 연구원이 점검하고 있다. 불임 시술 후 남은 수정란은 냉동보존됐다가 재시도 할 때 쓰일 수 있다. /조선일보DB사진
자기 자식을 꼭 갖고 싶어하는 한국인 특유의 간절한 열망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의 시험관아기 시술 수준은 세계 최고다. 지난 85년

서울대병원에서 첫 인공수정 아기가 태어난 이후, 지금은 전국 90여개의

불임 클리닉에서 한 해 2만여회의 보조생식술(시험관아기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의 기술로 난자와 정자를 실험실에서 수정시킨 후, 건강한

수정란으로 키워서 자궁에 착상시키는 데까지는 거의 완벽하게 시행된다.

2002년에 발표된 미국 불임학회 자료에 따르면, 불임부부의 난자를

채취해서 인공수정시킨 후 배아를 만들었을 때, 이것이 자궁에 이식돼

분만까지 가는 확률은 31.6%. 즉 열 번 시도하면 세 번 성공한다. 이같은

시도를 반복하면 누적 임신율은 60% 선이다. 국내 수준도 이와 유사하다.

이는 정상부부에서 1개월 이내 임신이 될 확률이 25%, 6개월 이내가 60%

선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대단히 높은 성공률이다.




따라서 불임의학 전문의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인공수정된 배아의 착상

성공률을 높여 한 번에 임신으로 이어지게 하느냐와, 이 과정에서 쌍둥이

등 다태(多胎)임신을 줄이느냐로 집중된다. 현재 하나의 인공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넣어 착상에 성공할 확률이 15%선이다 보니, 한 번에

3~5개의 배아를 넣게 되므로 최소 쌍둥이 등 다태임신이 4명 중 1명 꼴로

생긴다. 유럽 등에서는 다태임신이 산모의 건강에 위험을 주고, 조산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며, 한 번에 3개 이상의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확실하게 잘 자랄 배아만 골라 자궁에 넣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수정란을 실험실에서 2~3일만 배양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켰다. 그 경우 배아의 세포 수는 4~8개밖에 없어, 어떤 배아가 잘

자랄지, 아니면 자라지 못하고 탈락할지 예측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수정란을 5~6일까지 실험실에서 키우면 세포 수가 100여개에

이르는 배아(배반포단계)가 되고, 이 경우 배아가 자궁에서 잘 자랄

것인지 여부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배반포단계

배아를 1~2개만 자궁에 넣어도 임신 성공률은 높아지고 쌍둥이

임신확률도 줄어든다. 이 단계에서는 배아 내의 세포 수가 많아 착상

전에 유전자 검사를 하는 데도 유리하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인공수정된 배아를

실험실에서 5일까지 깔끔하게 키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이미 불량배아는 생존하지 못하고 탈락할 수 있다. 따라서 3일 된 배아를

자궁에 넣으나, 5일 된 배아를 넣으나 결국 인공수정된 배아가 임신될

확률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세포 배양 기술이 발달할수록 5일까지 배아를 키워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인공수정과 관련된 배아조작은 눈부신 발전을 했으나, 남성의

정자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해결책은 발전이 더디다. 정자로서 활동이

떨어지는 정자가 불임의 원인일 경우는 난자 안에 바늘을 꽂아 직접

정자를 주입하는 방식(ICSI)으로 인공수정시켰다. 정자가 나오는 통로가

막혀 무정자증이 생긴 경우도 고환에서 직접 정자를 채취해서 ‘ICSI’로

해결하면 됐다. 무정자증은 성인 남성의 1%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상적인 정자 자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는 난감한 문제로

남아있다. 현재 동물실험 등을 통해 고환과 유사한 3차원 구조의 배지를

만들어 영양분을 제공하면서 원형 형태의 정자세포를 갖고 정상 정자로

키우는 방법이 시도된다. 즉 초등학생 정자를 고등학생 수준의 정자로

키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정자 생성 기간이 60여일 걸리고 실험실 환경을

인체와 똑같이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해 이 방법이 사람에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불임 전문의들은 부부가 아기를 가지려고 할 때 나이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임의 확률은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시험관아기 시술도

여성의 나이 30세에 시도하면 한 번에 40~45%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40세에는 25~30%로 뚝 떨어진다. 그만큼 인간의 생식력은 생물학적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도움말:김석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임진호 서울마리아산부인과 원장, 이동률 차병원 불임의학연수실장)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