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콩팥, 망가져도 비명지르지 않는다

임호준

당뇨 등 병력자 정기적 소변 검사…고기 줄이고 음식 싱겁게


▲ 신장 기능이 80% 이상 떨어지면 머뭇거리지 말고 투석을 시작해야 한다. 신부전증은 결코 완치되지 않지만, 투석을 받으면 정상인에 가깝게 생활할 수 있다.
/황정은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장 투석 사실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신장이 기능을 80% 이상 상실해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면, 몸 안에

축적된 노폐물이 독성물질로 바뀌어 온 몸을 공격하게 된다. 이를 만성

신부전증이라 한다. 이때 투석을 통해 노폐물을 인위적으로 걸러주지

않으면, ‘요독(尿毒) 증상’으로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성 신부전증을 예방할 수 있을까.

전문의들은 당뇨병의 철저한 관리를 한결같이 강조한다. 과거엔

신장염증(사구체신장염 등)이 신부전증의 가장 큰 원인이었으나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최근엔 당뇨병으로 인한 신부전증이 전체의 40% 정도로

가장 많아졌다.

당뇨병 환자가 혈당관리를 소홀히 하면 혈액 속 단백질이 당 성분과

결합해 ‘당화단백’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혈관 벽에 달라 붙어 혈관이

딱딱하게 변한다. 신장의 노폐물 여과장치인 ‘사구체’ 조직은 모세혈관

덩어리여서 당화단백이 달라붙으면 금방 망가진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부전증은 사구체신장염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신부전증보다 훨씬

진행속도가 빠르고 동맥경화 심장병 등까지 동반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도 중요한 원인이다. 전체 신부전증 환자의 30% 정도에 고혈압이

나타나는데, 고혈압이 있으면 증상이 훨씬 나쁘다. (본태성) 고혈압

자체가 신장조직을 파괴하지만, 당뇨로 인해 고혈압이 유발돼 이 때문에

신장조직의 파괴 속도가 빨라지기도 한다. 염증 때문에 사구체 고혈압이

유발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사구체 고혈압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많이

밝혀져 고혈압 관리가 한결 수월해졌다.

과거 신장병을 앓았거나, 가족 중 신장병 환자가 있거나,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당뇨·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장은 기능이 80% 이상, 심지어 90%까지 감소해도 증상이 없을 수

있다. 얼굴이나 팔·다리가 붓거나, 시력이 떨어지거나, 소변이 마려워

하룻밤에 두세 번씩 잠을 깨는 등의 ‘자각증상’이 나타난다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부전증 위험이

있는 사람은 신장에 염증이 있는지, 혈뇨·단백뇨가 나오는지 등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한편 단백뇨가 심하면 소변이 뿌옇고 거품이 많이 나지만, 거품이 난다고

모두 신장병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심한 운동으로 탈수되거나,

삼겹살·등심 등 육류를 많이 먹은 경우 일시적으로 소변이 탁해지고

거품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사구체에 염증이 있으면 소변이 검붉은 색이

된다.

신장병도 조기(신장기능이 50% 정도 상실)에 발견하면 약물치료,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음식을

싱겁게 먹고, 단백질 섭취량은 보통 사람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신장에 부담을 주므로 물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신장 독성이

있는 이뇨제 등의 약물은 조심해서 복용해야 한다. 몸이 붓는다고

이뇨제를 장기간 복용하다 신장이 완전히 망가진 사례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그동안 신장 기능이 완만한 속도로 나빠져

왔으며, 이번에 심장혈관 확장 시술을 하느라 방사선 조영제를 사용한

것이 신부전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움말:김성권·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조병수·경희대병원 소아과

교수, 최규헌·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이럴 땐 소변검사를…

△소변이 뿌옇고 거품이 많이 나온다.

△소변 색깔이 샛노랗게 또는 검붉게 변했다.

△눈주위처럼 피부가 얇은 곳이 붓는다.

△식욕이 떨어지고 빈혈증세가 나타나 어지럽다.

△갈비뼈 아래쪽 배나 등, 옆구리가 아프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또는 혈뇨 소견이 나왔다.

△소변에서 과일향 등 냄새가 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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