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몸 냄새에 관한 잘못된 상식
김수혜 |
입력 2003/06/17 17:35
땀은 무취 … 입냄새는 위장병과 관계 없다
◆ 몸 냄새의 원인은 땀이다
그렇지 않다. 겨드랑이 냄새와 발 냄새는 우리 몸에 있는 200만개의 땀샘에서 솟아난 땀을 세균이 분해하면서 생긴다. 따라서 땀은 몸 냄새의 ‘재료’일 뿐 원인은 아니다.
또 땀이라고 다 같은 땀이 아니다. 발 냄새와 ‘암내’의 원인이 되는 땀은 서로 다르다. 우리 몸에는 온몸에 골고루 분포한 ‘에크린 땀샘’과 겨드랑이에 집중된 ‘아포크린 땀샘’이 있다. 에크린 땀샘은 투명한 땀을 분비한다. 염화나트륨·염화칼륨·젖산·요소·포도당 등이 미량 들어있지만 99%가 수분이라 거의 냄새가 없다.
다만 땀이 피부 표면의 각질층을 축축하게 적시는 게 문제다. 발에 살고 있는 세균이 퉁퉁 불은 각질층을 분해할 때 이소발레릭 산(酸)이라는 휘발성 화학 성분이 생겨 발 냄새를 풍긴다.
반면 암내의 진원지는 ‘아포크린 땀샘’이다. 이곳에서 솟는 땀은 약간 우윳빛을 띠며 끈끈하다. 흰옷에 묻히면 누렇게 된다. 체모 부근에 몰려있는 세균이 아포크린 땀샘에서 나는 땀을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할 때 암내가 생긴다. 암내는 우성유전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암내가 날 경우 자녀 중 50%가, 부모 양쪽 모두 암내가 날 경우 자녀 중 80%가 암내가 난다.
◆ 입 냄새가 나면 위장이 나쁘다
입 냄새의 90% 이상은 구강 자체의 문제에 있다. 잇몸병이 있거나 보철물이 잘못돼 음식물이 끼는 경우, 혀 표면에 살고있는 세균이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혀의 뒷부분이 요주의 대상이다. 혀를 길게 내밀었을 때 허옇게 보이는 중간 부분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가느다란 돌기가 수없이 돋은 가운데 세균이 우글거린다. 양치질할 때 치약 묻힌 칫솔로 가볍게 혀 가운데를 닦아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피곤이 쌓여 입안이 바짝 마를 때도 입 냄새가 심해진다. 침은 물청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맛이 나는 과일을 먹거나,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
정말로 속병이 있어서 입 냄새가 나는 경우라도 위장이 문제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뇨·간질환·만성신부전증 환자가 대부분이다. 입 냄새까지 표가 날 정도라면 상당히 병이 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입 냄새를 치료하기 전에 자기 병을 알고 있게 마련이다.
한편 당근·양파·파 등을 많이 먹어도 입 냄새가 심해진다. 양방에서는 “이들 음식에 입 냄새를 일으키는 황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방에서는 “몸에 열을 더하는 음식이라 발한(發汗) 및 노폐물 발산을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도움말=설양조·삼성서울병원 치주과 교수, 신현대·경희대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오갑성·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 차창선·목동예치과병원 원장 >
/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