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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심은 한 뼘짜리 고추 모종이 어느 새 훌쩍 자라 꽃자리마다
뾰족뾰족 열매를 달고 서 있다. 다른 채소와 달리 고추는 헛꽃이 피는 일
없이 모두 열매를 맺어 지금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계속해 딸 수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 성분 때문으로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좋게 하고 항산화성을 나타낸다.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들의 대사과정에는
부수적으로 유리기(free radical)가 생성된다. 이들 유리기는 대단히
반응성이 높아 세포나 체조직을 무차별 공격하는 특성이 있다. 이들의
지속적인 공격은 세포나 조직을 손상시키게 되고 결국 동맥경화, 혈관류
손상, 암과 같은 성인병과 노화의 원인이 된다. 항산화성이란 이러한
유리기의 생성을 미리 막아주거나 생성된 것을 없애주는 기능을 말한다.
꽈리고추튀김은 매운맛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즐겨 먹을 수 있다.
꽈리고추는 반을 갈라 씨를 빼낸다. 쇠고기는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꼭
짜서 소금, 후추, 다진 파, 설탕, 마늘로 양념한다. 고추 안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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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를 뿌리고 속을 넣은 뒤 밀가루와 달걀 옷을 입혀 식용유에
튀긴다.
‘고초, 당초 맵다 한들 시집살이 같을소냐’고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고추의 매운맛에 비유한 옛 노래와 ‘고추장 단지가 열두 개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춘다’며 고추장 담그기의 어려움을 말한 속담도 있듯이
고추는 우리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다. 여름철 매운 고추를
이용한 음식을 즐기며 옛 선조들의 생활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한영실·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