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증후군' 90%가 경험


▲ 회의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 모습. 분기마다 업무능력 평가·실적 결산 등이 이뤄지는 기업문화에 따라 직장인들은 3개월 마다 우울증·무기력증 등을 반복해서 겪는다.
[조선일보 인물 DB]
자동차를 처음 장만하여 운전을 하게 되면 3주·3개월·3년 되는 해에 각각 사고를 친다는 속설이 있다. 처음에는 운전미숙, 그 다음에는 섣부른 자신감, 나중에는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최근 직장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숫자 징크스가 확산되고 있다. 바로 ‘369 증후군’ 이다. 1분기 즉 3개월 단위로 업무 수행 평가와 실적 결산 등이 이뤄지는 직장 문화에 따라, 3개월·6개월·9개월 단위로 직장인들이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을 반복해서 겪는다는 신조어다.

취업전문회사 ‘스카우트’가 직장인 18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641명(88.4%)이 ‘369 증후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원 10명 중 9명인 셈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51.4%)은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사직을 고민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카우트’ 문영철 사장은 “1년 미만의 경력자들 중 3개월·6개월·9개월 경력자들의 취업 문의가 많다”며 “이 같은 현상은 신입사원일수록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업무 많거나 적을 경우·신입사원 등에 심해
취미활동 즐기고 동료·상사에 도움 받도록

더욱이 ‘369 증후군’은 최근의 청년 실업과 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맞물려 있다. 늘푸른의원 김종우(신경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자신의 적성이나 목표와 다르게 직장을 선택했거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경우, 성취 목표가 높을수록 이 같은 반복적인 무기력 증상에 시달릴 위험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진단분류체계(DSM-IV)에서는 ‘369증후군’ 같은 직업으로 인한 문제를 ‘임상적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부가적인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즉 딱히 특정 정신장애로 진단하지는 않지만, 임상적으로 우울·불안·적응장애·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자율신경계 증상 등 정신과적 증상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용인정신병원 하지현 과장은 “그런 상태가 업무 처리시 잦은 실수나 작업 현장에서 사고, 잦은 지각이나 결근의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직장에 대한 불만과 원망이 내적으로 쌓이면서 적절히 처리되지 못하면 심각한 무기력감과 자포자기, 우울증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직장내 반복적 무기력감은 대개 신입사원이거나 직장을 바꾸었을 때 은퇴를 앞둔 사람 업무가 너무 많다거나 오히려 너무 없는 경우 업무가 하찮다고 생각하는 경우 갈등적인 요구를 많이 받는 경우 가족 문제가 있는 경우 갈등은 많은데 도와주는 상사가 없는 경우 등에 나타나기 쉽다.

반복적인 무기력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 이외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취미나 특기 등을 즐기는 등의 정신적인 환기(換氣)가 필요하다. 강릉아산병원 신경정신과 백상빈 교수는 “자신이 이겨내지 못할 어려움이 있으면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쉽게 한다”며 “회사도 사원들에게 동호회 활동이나 자기 개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조직원의 생산력을 더욱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원장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줄 정도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과 상담을 통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