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생활·좋은 환경… 나하기 나름


▲ 매일 산책을 한다는 전라남도 구례군의 백세인 장두흠 할아버지. 힘이 있는 한 일을 놓지 않은 것이 백세인들의 특징이다. /조선일보 DB 사진
조선일보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서울대체력과학노화연구소

박상철 교수팀과 함께 장수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전해드리는‘장수 Q&A’을 연재합니다. ‘체적으로 건강하고’‘문화적으로 풍요롭고’‘사회적으로 당당한’노년을 위해,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 소속된 각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장수·건강과 관련된 독자들의 궁금증을‘Q&A(질의 응답)’방식으로 풀어드리려고 합니다.

인간 수명 100세를 향한 장수 시대에는‘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자기 수명을 다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장수 Q&A’는 장수 시대에 꼭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장수 노인들로부터 들은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장수 길잡이’역할을 할 것입니다.

◆ Q =장수하는 사람은 어차피 타고 나는 것 아닌가?

A =수긍이 가는 말이다. 장수한 사람 중에는 건강을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것이 없어도 오래 산 사람들이 많고, 장수하는 집안은 따로 있어 보인다. 의학적으로 이들 선천적 장수인들은 대개 부모-자식간 수직적 관계로 대물림 되기 보다는, 형제-자매 등 수평적 관계에서 그런 유전적 성향을 더 강하게 보인다.

미국의 뉴 잉글랜드장수인 연구에서 백세인 444명의 형제·자매 2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100세까지 장수할 확률은 보통 사람보다 형제는 17배, 자매는 8.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장수인 연구에서도 백세인 형제의 90세 장수률은 남자 형제가 14~33% 여자 형제 20~60%로,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같은 내용을 보면 ‘장수는 타고 난다’는 것에 심증이 굳어질 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유전적 경로를 통해 한 사람이 장수하게 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게 거의 없다. 노화나 죽음은 우리의 유전자에 프로그램화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2002년 전세계적으로 노화 관련 최고 권위 연구자 51인이 모여 발표한 ‘인간 노화의 진실’에 명시돼 있다(사이언티픽 아메리칸·2002년6월 호).

이 선언은 기계가 오래되면 고장날 수 있다는 사실을 설계도에 포함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인간도 어떻게 노화되고 장수 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유전적 지침은 없다고 못박았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에서 장수는 건강한 생활과 좋은 환경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장수촌 일본 오키나와를 연구한 장수학자 크레이그 윌콕스 교수도 “사람들은 최소한 85세까지 살 수 있는 유전자를 가졌는데, 그 이상 오래 사는 것은 식습관·활동량·정신활동·사회관습 같은 후천적 요인들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장수를 결정하는 유전자의 비중은 포커 패 7장 중 2~3장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단적인 예가 해외로 이민간 오키나와 사람들로, 이들은 오키나와 본토인 만큼 장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장수 연구에서도 선천적 요인은 25~35%일 뿐, 나머지는 후천적 환경 요인으로 돌려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장수의 유전적 요인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결코 장수할 수 없다. 설사 약하게 태어난 사람일지라도 그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각별히 건강에 신경을 쓴다면, 장수는 언제든 지 가능한 일이다.

(권인순·인제대백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