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장수인을 호칭할 때 사용해온 표현 중에 ‘웃 4대 아랫 4대를 함께한 분’이라는 말이 있다. 즉 위로는 본인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아래로는 아들, 손자, 증손자까지 함께 산다는 표현으로 진정한 장수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분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드물수 밖에 없다.

전남 곡성군 겸면 의암리를 찾았을 때, 마을 어귀 큰 선바위에는 ‘장수의 터 봉현’이라고 새겨 있었다. 마침 동네 입구 길목에 도로공사를 하고 있어 조사팀의 버스가 들어가지 못해 난망해하고 있는데, 연락받은 이장이 마중을 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흡아홉이 되신 우리가 찾아 뵈려는 공말례 할머니와 함께 나오셨다. 너무도 정정하시고, 허리도 곳곳하셨다. 가계 조사를 해보니 공 할머니의 부모는 86, 87세를 사셨고, 형제들이 같은 마을 이웃에 92, 89, 83세로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계셨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 할머니가 지금도 가장 큰 누나로서 매일 동생들 집을 방문하면서 동생들 다리도 만져주고, 건강 걱정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동생들이 늙은 누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늙은 누님이 동생들을 찾는 것이다. 바로 이들 형제들이 ‘웃 4대 아랫 4대’를 함께한 분이다.

모두 증손자를 보았고, 선대로는 증조부까지 보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집안을 본 것 같아 감동이 일었다. 사실 장수인들을 조사하면서 조부모까지 기억이 난다는 분은 더러 있으나, 대부분 부모대에 그치는 경우이다. 공 할머니 가족처럼 위·아래 고루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