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기생충, 아직도 당신을 괴롭힌다
임호준
입력 2003/10/07 12:02
강변마을 주민 20% 간디스토마
민물생선·가재는 꼭 익혀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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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처럼 치명적이지 않은 기생충만 없어졌다고 말한다. 간암(담관암)을 유발하는 간흡충(간디스토마) 등은 크게 줄지 않았고, 작은와포자충, 람블편모충 등 병원성 원충류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송어, 향어, 붕어, 빙어, 피라미, 가물치, 모래무지 등을 통해 옮는 간흡충 감염은 그 중 가장 치명적이다. 건강관리협회 조사에서 1971년 4.6%였던 간흡충 감염률은 1997년 1.4%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국민 전체의 통계다. 송어회 등 민물생선을 즐긴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립보건원이 작년과 올해 전남 곡성군 주민 3231명을 조사한 결과, 18.5%(599명)에게 간흡충이 있었다.
1㎝ 정도 크기의 간흡충은 담관염을 일으켜 담석과 황달을 유발하며, 일부는 담관암으로 진행된다. 서울대의대 기생충학교실 채종일 교수는 “간디스토마는 간에서 알을 까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암을 일으킨다”며 “민물 고기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며, 회로 먹거나 말려서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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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흡충의 경우, 한동안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남호우교수는 “폐흡충은 민물 게와 가재를 통해 감염된다”며 “최근 민물게장 음식점이 유행하면서 덜 숙성된 게장을 먹고 폐흡충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폐흡충에 감염되면 벌레가 대장, 복강, 횡격막을 뚫고 폐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유발되며, 폐에서 20~30년간 기생하면서 폐렴, 각혈 등 폐결핵과 유사한 증상을 초래한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은어나 황어 등의 민물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요쿠가와흡충의 경우, 설사, 복통, 장염, 장출혈 등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장폐색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 전남 곡성군 주민 조사에선 10.4%, 채종일 교수의 강원도 삼척시 오십천 주변 주민 조사에선 30%가 이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 국민전체로는 0.3~0.5%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은와포자충, 람블편모충 등의 원충류는 지구환경의 변화, 국제교류의 증대, 식품산업의 발달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종전염병’으로 분류된다. 이중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가축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작은와포자충에 감염되면 구토, 식욕부진, 복통 등과 함께 설사나 점액성 대변이 3~14일 정도 지속되며, 면역결핍 환자인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2003년 국립보건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남 7.8%, 강원 1.9%, 서울 0.5%의 감염률을 보였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 감사를 통해 “미국 밀워키의 상수원이 이 기생충에 오염돼 40만여 명이 집단발병한 사례가 있다”며 “수돗물 관리기준에 이 기생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람블편모충은 십이지장 점막에 흡반을 부착하고 기생하며 점액성 설사, 체중감소, 탈수 등을 유발한다. 곡성군 주민 조사에선 1.4%가 감염돼 있었다.
김성순 의원은 “기생충이 여전히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전국적인 기생충 감염현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국감을 통해 주장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