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메들리 부르는 입가엔 `젊은 미소` 가

방방곡곡의 100세인들을 찾아뵙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나, 그들에게 청해 듣는 판소리 또는 시조는 이런 피로를 한꺼번에 날리는 청량제이다.

그들에게 옛날 가락을 들려달라고 하면 대부분 모른다고 하시지만, 상당수는 우리의 요청을 오히려 반기곤 한다. 그 중에는 노래를 청하자마자 메들리로 몇 곡을 이어 부른 분도 있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마을 꼭대기에 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토방집에서 혼자 사시는 김화유(102) 할머니. 할머니는 혼자 계심에도 전연 흐트러짐이 없었다. 지금도 뒷마당, 옆마당 텃밭에 콩·고추·상추·양추·깨 등 밭농사를 일구고, 이웃 할머니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계신다. 인지능력도 탁월했고, 악력테스트에서 보여준 힘과 보행테스트에서의 껑충 뛰는 모습은 조사단을 놀라게 했다. 면담을 위해 할머니에게 다가간 조사원이 여느 때처럼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질문을 하자, 할머니는 “나 귀 안 먹었어” 하면서 웃음 지었다.

조사가 끝나고 할머니에게 노래 하나 부탁을 드리자 할머니는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진도 아리랑’, ‘농부가’ 등을 메들리로 불러젖혔다. 가사도 그리 정확할 수가 없었다. 동행한 사회복지사는 “저 할머니가 일전에 KBS전국 노래자랑에 나가셨는데, 사상 최고령자로 뽑히셨다”고 전했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100세가 넘으셨어도 여전히 노래를 즐기시면서, 동네 사람과 어울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홀로된 노인들도 저처럼 즐겁고 당당하게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