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뇌졸중, 순간의 판단이 인생을 바꾼다
의학전문
입력 2003/11/18 10:35
환자 중 편마비 증상 82% 경험
전조증상 후 59% 1주일내 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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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런 엄청난 차이를 낳았을까. 유씨는 고혈압·당뇨 등 뇌졸중 위험 질병 관리를 소홀히 한데다, 전조 증상까지 무시했다. 반면 남씨는 뇌졸중 초기 증세를 잘 알고 있다가 증상이 발생하자마자 바로 큰 병원에서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은 결과다.
뇌졸중이 올 것이란 경고사인(전조 증상)은 의학용어로 ‘일과성 뇌허혈’이라고 한다. 일시적으로 마비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생겼다가 하루 내에 완전히 정상화되는 현상이다. 가벼운 뇌졸중이 잠깐 스치고 가는 것이다.
대한신경과학회지에 따르면,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 환자 10명 2명(18%)이 전조 증상을 경험했다. 증상은 몸의 한쪽이 굳어지는 편마비가 82%로 가장 흔했고, 말을 더듬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경우가 47%, 반신 감각이상이 24% 등이었다. 이런 증상은 대개 수 분에서 한시간 정도 왔다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조 증상을 경험한 환자의 절반 이상(59%)이 그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조 증상은 뇌졸중이 곧 찾아갈테니 기다리라는 ‘경고장’이었던 셈이다.
노원을지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는 “일과성 뇌허혈은 뇌졸중 발생 위험을 무려 7배 높인다”며 “전조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더라도 즉시 병원을 방문, 정밀 검사와 뇌졸중 예방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 찾아오는 대표적인 경고 사인(전조증상) |
국내 뇌졸중 환자 특징 |
- 한쪽 팔다리 마비되거나 감각이 이상하다. - 발음이 분명치 않거나 말을 잘 못한다. - 갑자기 눈이 안보이거나 둘로 보인다. - 걸으려고 하면 자꾸 한쪽으로 넘어진다. - 갑자기 벼락치듯 심한 두통이 온다. -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다. - 의식장애로 깨워도 깨어나지 못한다. |
- 평균 연령 65세 - 67%가 고혈압, 30%가 당뇨병 - 21%가 고(高)지혈증, 17%가 심장병. - 40·50대 뇌졸중이 전체의 27%. - 중·장년층 뇌졸중 46%가 흡연자 |
※대한뇌졸중학회 |
전조 증상 없는 뇌졸중도 있다.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당하는 꼴이다. 이 경우는 얼마나 빨리 병원에 가느냐에 나머지 인생이 달려있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최근 10개월 동안 전국 주요 대학병원 등에 입원한 급성 뇌졸중 환자 2874명을 분석한 ‘한국뇌졸중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최소 발병 24시간 이내에 치료를 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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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최대한 빠른 치료로 뇌에 혈액을 공급할 수 있으면 뇌세포 손상이 최소화되고 뇌기능 회복도 빨라진다. 특히 뇌혈관이 혈전(피딱지) 등에 막혀 발병하는 급성 뇌경색의 경우, 발병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 용해 치료를 하면 거의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뇌졸중 발병 3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채 다섯 명에 한 명(17.9%)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발병 이틀이 지난 다음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도 19%나 됐다.
한번 뇌졸중을 앓았다가 회복된 경우도 안심해선 안 된다. 뇌졸중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과거에 뇌졸중을 앓은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59%)은 발병 후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림대성심병원 신경호 유경호 교수는 “뇌졸중이 재발하면 처음보다 회복이 잘 되지 않아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며, 치매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며 “뇌졸중이 한번 발생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9~15배로 높아지기 때문에 회복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담배를 끊고, 체중을 줄이는 등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 아울러 피 속의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혈전 억제제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약물요법도 매우 중요하다.
일산백병원 신경과 홍근식 교수는 “뇌졸중 환자 10명 중 3명은 40~50대로 발병 연령이 내려가고 있다”며 “뇌졸중 위험 요인이 있는 60대 이상은 70%가 규칙적으로 치료받고 있는 반면, 40대는 44%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젊은 뇌졸중 환자’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