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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식초, 포도식초, 현미식초, 2배식초, 3배 식초에 와인 비네거, 발사믹 비네거, 흑초, 홍삼, 오미자, 고구마 식초…. 슈퍼마켓에 가면 깜짝 놀란다. 식초, 도대체 왜 이렇게 종류가 많은걸까.
유럽에서는 식초를 비네거(vinegar)와 앨러거(alegar)로 구분한다. 비네거는 과실을 원료로 만든 과실초로 포도로 만든 와인 비네거나 발사믹 비네거가 대표적. 앨러거는 곡물이 원료, 맥아식초(malt alegar)가 유명하다. 일본은 쌀식초, 곡물식초, 과실초로 나누며 특히 쌀로 만든 흑초는 건강식초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곡류, 과실 등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양조식초와 빙초산 또는 초산을 희석하여 만든 합성식초가 나와있다. 과실식초의 하나인 감식초는 마시는 건강 식초의 효시로 1995년부터 등장해 1997년에 약 15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특유의 강한 맛 때문에 유행이 식었다.
반면 식초가 이미 건강식품으로 자리잡은 일본의 경우, 식초 음료 시장은 지난해 약 4000억 원 규모. 블루베리에서 망고 와인 식초까지 총 50여 가지의 식초를 음료수처럼 골라 먹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피로회복·살균소독… 여름에 더 좋다?
식초의 효과는 크게 피로 회복, 살균 소독. 비만과 변비 예방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초의 구연산은 피로 요소인 젖산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해소하는 주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로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맛은 시지만 몸속에서 분해되고 남는 물질은 산성이 아닌 알칼리성이다. 한의학에서 신맛은 간을 도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고 힘을 내게 하는 것으로 본다. 또한 식초는 몸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희석해서 마셔야… “큰 효과 기대는 무리”
그러나 “식초는 농도가 낮기 때문에 약처럼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민재한의원 이우진 원장은 잘라 말한다. 산도가 강한 식초는 반드시 희석해 마신다. 적정 농도는 1∼2% 미만. 단, 위산과다나 위궤양을 앓는 사람은 식초를 공복에 먹는 것을 피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 씨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식초가 또 하나의 건강 유행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다. “특정 음식 성분에 너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며 “고추나 카레, 겨자 같은 다른 식품에 비해 식초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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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의 시큰둥한 반응과는 상관없이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일본의 영향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건강음료로서의 식초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요즘 나오는 건강 식초들이 기존 식초와 가장 다른 점은 새콤함에 달콤한 맛을 더해 마시기 편한 음료 타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흑초로 통신판매를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여기에 붉은 색을 띤 국내산 제품들이 새롭게 형성된 식초 음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7월 기준으로 신세계 백화점 전점과 이마트에서 식초 판매량이 작년 대비 30% 증가세.
흑초는 현미나 맥아를 원료로 장기간 숙성시켜 신맛은 약한 대신 적당히 단맛과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미노산과 유기산이 보통 식초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고 또한 칼슘, 철, 미네랄 등도 풍부한 알칼리성 건강 식품”이라고 주장한다.
‘DHC현미 흑초음료’는 일본 수입산으로 자연 발효 식초에 올리고당을 첨가하여 먹기 편한 것이 특징. 희석하지 않고 바로 마신다. 오뚜기 ‘흑초‘는 일반식초보다 신맛이 덜하고, 흑초 고유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미를 지니고 있어 마시기에 좋다.
와인 비네거 등 1만원 내외 ‘고급 식초’ 경쟁
붉은 색 식초도 나왔다. 청정원 ‘마시는 홍초‘는 석류, 오미자 감, 자색고구마 등 3종으로 구성된 부드러운 맛의 식초음료. 물이나 우유에 섞어 음료처럼 마시거나 생식, 선식, 요구르트, 화채 등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냉국이나 냉채, 초고추장처럼 식초와 설탕이 함께 들어가는 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원료가 되는 석류는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오미자, 감과 자색고구마는 각각 비타민, 탄닌,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해표 ‘마시는 식초음료’는 감, 홍삼, 석류 3종으로 각각의 식초에 국산 벌꿀, 올리고당, 비타민C 등을 혼합해 부드럽고 마시기 편한 것이 특징. 물이나 음료에 3∼4배 희석시켜 마시면 된다. 또한 고급 식초 시장도 국산화되고 있다. 한 병에 1만원 내외인 와인 비네거나 발사믹 비네거가 자리잡고 있던 고급식초 시장에 청정원이 유기농 식초를 출시한 것. 청정원 ‘Ofood 유기농 식초’는 유기농 천연 과즙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것이 특징으로 적포도, 백포도, 사과, 현미 4종이 있다.
( 여성조선 기자 dukjinyi@chosun.com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