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제한은 수명연장·노화억제 작용
자식 양육한 여성이 독신보다 오래 살아

Q:팔순의 어머니가 특별한 원인 없이 여기 저기 아프시다고 해서 딸로서 걱정이 앞선다. 노환이라고 생각되지만 자식들을 키우느라 건강을 해친 것은 아닌 지 마음이 아프다. 자식을 희생적으로 키운 어머니일수록 무병장수가 힘들다는데….

A:사람은 물론 개미, 벌과 같은 곤충, 새, 원숭이도 맹목적으로 자식(새끼)을 사랑하고 키운다. 이를 보면 어미는 못 먹을지라도 자식에게 먼저 주는 본능적인 양육 행동이 어미의 건강과 수명에 단축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것이 건강과 생존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학계에서는 본다.




▲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던 MBC 드라마‘육남매’의 한 모습. 자식을 양육하는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6~7년 더 긴 것으로 조사된다. /조선일보DB사진

미국 버클리대의 로날드 리 박사는 미 국립과학원 학술지에 최근 발표한 노화연구 논문에서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서 헌신하는 동물이 적자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유인원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손을 양육한다.

심지어 ‘병모양코 돌고래’, ‘파이로트 고래’ 등은 손자까지 돌보고 젖을 먹이는 데, 일차적으로 자손을 돌보는 어미 쪽의 수명이 더 긴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양육과 장수는 같이 발전하고 진화했다는 것이 리 박사의 설명이다.지금까지 동물의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섭취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 실험에서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투여하면서 먹이의 칼로리를 30~50% 제한한 경우, 성장이 지연되고 생식도 늦어지는 등 생물학적 변화가 늦어지지만, 암과 같은 퇴행성 질환의 발생이 낮아지고, 수명이 30~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는 칼로리 섭취 자체의 항(抗) 노화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섭취한 칼로리를 대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가 적게 생기며, 혈당과 이를 분해하는 인슐린 분비도 줄어들기 때문이란 것이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 자체가 신체에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쥐에게 먹이를 적게 주면 낮 동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증가된다. 이것이 반복되면 심한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면역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낮은 강도의 스트레스가 수명을 연장시키고 강한 스트레스를 극복할 힘을 준다는 최근의 ‘장수이론’과도 같은 맥락이다.

‘양육을 맡은 동물의 수명 연장’, ‘칼로리 섭취 제한’, ‘저강도 스트레스’ 등과 관련된 연구만으로 어미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양육 행위 및 그들의 장수를 직접 설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성의 수명이 어느 나라에서나 남성보다 7~8년 더 길고, 전세계 백세인들의 남녀 성비가 1대 4~8 정도로 양육을 맡은 여성이 훨씬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백세인 조사에서도 평생 독신으로 백세를 산 노인은 극히 드물었다.

(권인순·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