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04

호흡생리 

숨쉬기는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깊게 한 번 심호흡하거나 짧은 숨을 여러 번 쉬는 행위는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깊은 잠이 들었을 때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호흡이 계속된다. 호흡은 어떻게 조절되며, 우리는 왜 숨을 끝까지 참지 못하는 것일까? 호흡수와 호흡량 조절을 위해서는 ‘신경성 조절’과 ‘화학적 조절’이라는 2가지 기전이 작용한다.


1. 신경성 조절

뇌에서 ‘대뇌피질과 변연계(감정반응)’의 일부 신경세포는 척수를 직접 자극하여 의지대로(수의적으로) 호흡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뇌의 신경세포들은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뇌줄기(교뇌와 연수)’를 거치면서 불수의적이고 주기적인 호흡도 하게 된다.

교뇌(pons)는 보통 감각 정보를 통합하고 연수와의 상호작용으로 호흡에 영향을 미친다. 연수(medulla oblongata)에는 흡기 중추와 호기 중추가 있다. 이 중추들은 각각의 호흡근육을 조절하게 된다. 호흡이 자동성과 주기성을 갖는 이유는 연수의 ‘흡기 중추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흥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흡기가 진행되면서 폐는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심하게 늘어나서 폐의 ‘신전 수용기(stretch receptor)’가 자극되면,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연수의 ‘흡기 중추가 억제’된다. 이러한 호흡조절은 폐의 과도한 팽창을 막아주고 주기적인 호흡에 도움을 준다. 이 과정을 ‘헤링-브로이어 반사(Hering-Breuer reflex)’라고 부른다.

2. 화학적 조절

혈액에서 ‘이산화탄소분압(PCO2)’, ‘산소분압(PO2)’, ‘pH’와 같은 ‘화학적 변화’들은 호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화학적 변화를 감지하는 화학수용체는 말초(대동맥과 목동맥)와 중추(연수)에 각각 존재한다.

① 말초 화학수용체(peripheral chemoreceptor)는 대동맥과 목동맥 주위의 혈압을 감지하는 압력 수용기와 가까이 있다. 동맥혈의 산소분압(PO2)이 60mmHg 이하로 떨어지거나, 이산화탄소분압(PCO2)이 40mmHg 이상으로 올라가면, 미주신경과 설인신경을 통해 연수의 호흡중추가 자극되어 호흡량이 증가한다. 동맥혈의 이산화탄소분압(PCO2)은 pH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산화탄소분압(PCO2)’이 가장 중요한 화학적 조절인자가 된다.

② 중추 화학수용체(central chemoreceptor)는 연수에 있으며 수소이온(H⁺)에 의해 조절된다. ‘이산화탄소분압(PCO2)’은 이 수소이온(H⁺)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추 화학수용체에서도 중요한 인자가 된다.

‘숨 오래 참기’ 또는 ‘장비 없이 잠수하기’를 생각해 보자! 과연, 누가, 얼마나 오랫동안, 숨 쉬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생리학적으로 풀어보면 “시작!”과 동시에 숨을 참으면 동맥혈과 뇌척수액(CSF)의 ‘이산화탄소분압(PCO2)은 서서히 올라간다.’ 또한, pH는 낮아지고 중추의 수소이온(H⁺)도 증가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런 화학적인 요소들은 말초와 중추의 화학수용체를 자극하고 연수의 호흡중추에 의해 ‘숨 참는 의지와 관계없이’ 호흡근육이 움직여 버리게 된다.

가끔 ‘숨을 참으면서 분노발작’을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다. 숨을 참는 의지가 강한 아이는 파래지면서 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특별한 외상이나 기도 막힘이 아니라면 놀랄 필요는 없다. 일단, 의식(의지)을 잃으면 오히려 위와 같은 호흡 기전에 의해 편안하게 숨 쉬는 것을 볼 수 있다. 당황하지 말고 아이의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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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과장

현, 서울부민병원 응급의료기관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외래교수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폐, 식도 전임의
고신대학교 흉부외과 의학박사
국립부경대학교 경영학석사
테트라시그넘 이사
헬스온클라우드 대표이사

유튜브 “박억숭강의”

2014 “Samuel Dung Detective”, 좋은땅
2018 “해부학”, 수문사
2019 “생리학”, 수문사
2019 “병리학”, 수문사
2020 “약리학”, 수문사
2021 “해부생리학”, 수문사
2023 “병태생리학”, 수문사

2005 “친절한 의사상” 곽병원
2011 “이영균 학술상” 제14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2018, 2019 “최우수 강의상” 동원과학기술대학교
2022 “부산시장 표창장”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