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4
한 아쿠아로빅 강습 현장에서 강사가 ‘무릎이 아픈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놀랍게도 수강생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손을 들었다. 아쿠아로빅이 무릎관절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운동이므로 무릎이 안 좋은 많은 수강생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무릎관절은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관절염이 오기 쉬운 대표적인 부위이다. ‘퇴행성관절염’은 흔히 한국인의 만성질환, 침묵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길을 걷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면 다리를 절룩거리거나 다리가 O자형으로 심하게 휜 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불편하게 보일 뿐이지만 이 분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정도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무릎관절의 통증은 무릎관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연골’이 닳아 무릎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 주변 조직에 손상이 발생할 때 생긴다. 특히 무릎관절의 연골은 일상에서 사용량이 많고, 계속해서 마모되는 신체 부위이므로 과한 충격이나 압력을 받으면 손상 정도가 더 심해진다.
얼마 전 ‘TV조선’ 특집 다큐 프로그램인 ‘무릎 나이를 잡아라! 퇴행성관절염’ 편에서 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분의 사례와 함께 연골이 손상된 정도에 따른 치료법을 소개했다.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에 적용하는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과 말기에 시행하는 ‘3D 시뮬레이션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에 관한 내용이 그것이다. 그중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술은 시행하는 병원이 제한적이어서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편이지만, 실제로는 몇 년 사이 자가 지방 줄기세포로 치료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자가 지방 줄기세포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줄기세포는 골수나 태반 같은 것에서 뽑는 것 아닌가?’, ‘진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현재 관절염 치료에 이용되는 줄기세포(Stem Cell)는 ‘성체줄기세포’로, 제대혈에서 생산한 줄기세포 치료제와 자신의 골수혈액이나 ‘지방’에서 추출한 자가 줄기세포가 있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줄기세포를 ‘유치원생’으로 표현했다. 배움의 기회가 많은 어린 유치원생은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아무도 모를 만큼 무궁무진한 발전성과 잠재력을 갖는데, 이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와 비슷하다.
한마디로 줄기세포 치료는 손상된 연골에 인위적으로 줄기세포를 주입해 연골의 재생을 도모하는 치료법이다. 즉 스스로 재생 및 회복이 불가능한 연골의 성질을 뒤집은 역발상의 치료법이다. 이외에도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생리활성물질이 관절 내부의 염증 반응을 조절해 장기간에 걸쳐 통증, 부종 등의 증상 완화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는 ‘재생’이라는 근원적 치료와 동시에 증상을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다만 환자의 건강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에 적용해야 치료 효과가 좋다.
그동안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적용하고, 연골의 손상이 심한 중기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한 연골재생술을 주로 시행했다. 또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지는 말기에는 연골과 무릎관절을 대체할 인공관절 구조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이제는 ‘자가 지방 줄기세포’로 연골의 재생치료와 통증 등의 보존적 치료를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기존의 연골재생술은 손상된 연골의 범위가 1~4㎠ 정도일 때만 치료할 수 있었지만,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범위는 2㎠에서 최대 10㎠로 보다 광범위하다.
‘자가 지방 줄기세포’는 자신의 배,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채취한 다음 중간엽 성체줄기세포만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얻는다. 지방세포 수의 10~20%는 연골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이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연골 재생을 위한 치료 대상의 폭이 넓은 편이다.
퇴행성 무릎관절염은 노화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질환이지만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진행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 자신의 관절을 보존함으로써 최후의 보루인 ‘인공관절’ 수술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다만 ‘자가 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의료진의 숙련된 경력과 경험도 필요하지만 줄기세포를 분리, 추출, 농축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병원을 선택해야 안정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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