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7

얼마 전에 모처럼 친한 친구들과 저녁을 먹었다. 나만 빼고 모두 유부녀들이었다. 몇년 전 만해도 대화의 주제는 95%가 남자였는데, 세월이 지나 모두 결혼을 하고 한두 명씩 애엄마가 되더니 올해는 95%가 줄곧 2세들 이야기였다. 소영(가명)이가 명희(가명)에게 물었다. “명희야, 넌 결혼한 지 3년이 됐는데 아직 애 없니?” “난 애기 안 낳을거야.” “어머머…. 내 배 아파서 낳은 애가 얼마나 행복을 주는 줄 아니? 남편은 댈 것도 아니야. 더 늙기 전에 빨랑 낳아.”

명희의 대답이 ‘엽기’였다. “애는 낳기만 하면 저절로 크니? 선진국처럼 애를 키우기 좋은 여건도 아니잖아. 내 돈으로 애 키워 ‘일꾼’을 길러낸다고 해도 그 댓가로 노후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남편이 요즘하는 태도를 봐서 애를 낳아도 육아를 도와줄 것 같기도 않고….” “부모님께서 길러주시면 되잖아?” “걸핏하면 자식들 땜에 이혼도 못하고 희생하고 사셨다는 분한테 내가 어떻게 애를 맡기니? 난 이기적인 사람이 못 돼. 남한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아.”

주변에서 애를 안 낳겠다는 사람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심지어는 결혼을 몇 달 앞둔 예비 신부들이 신혼 초에 애를 당장 낳을 경우 회사에게 퇴직을 당할 것 같다며 낙태수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엄연히 낙태수술은 불법이고, 이런 여성들 중에는 나중에 생활에 여유가 생겨 임신을 원하더라도 낙태수술의 합병증으로 불임이 와서 영영 임신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낙태수술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신문을 보면 남성들에게까지 육아 휴직을 주고, 출산 휴가 3개월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지만 아직도 여성들이 출산으로 인해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면 법이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같다.

요즘 저출산과 노령화가 사회의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1960년대에는 높은 출산율 때문에 인구 억제정책을 폈고,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준다고 남자들을 꼬셔서 정관수술을 받게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저출산율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100년 후 인구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야단들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국민들이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 동시에 남성들이 여성들과 동등하게 육아 및 자녀 교육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마인드를 바꿔야 할 것이다. 출산에 대한 책임과 뒷감당을 여성들만 져야 한다면 여성들의 출산 ‘보이코트’는 갈수록 심해질 지 모른다.

/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입력 : 2003.12.16 10:3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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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성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임필빈 전문의

가톨릭대 의과대학 졸업
가톨릭대 의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및 박사수료
가톨릭대 성모병원 비뇨기과 전공의 수료
현)가톨릭대 강남 성모병원 국제 진료센터 전임의
유앤아이여성클리닉 원장

유엔아이여성클리닉원장의 새로운 성의학 접근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