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12

얼마 전 필자의 진료실에 40대 남성이 찾아왔다. 스마트폰 글자를 크게 키워도 눈이 침침해 기사를 읽기 힘들고, 신호등이 예전보다 선명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날까 두렵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밤에도 황사먼지 가득한 하늘처럼 뿌옇고 눈부시다는 말에, 세극등으로 진단하고 결과를 들려주니 환자가 놀랐다. “아니, 난 그냥 눈이 침침해서 노안이 빨리 온 줄 알았는데, 백내장이라고요?”

나이가 들어 눈 앞이 흐릿해지면 대개 노안이 온 것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돋보기를 착용해도 잘 보이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돋보기를 쓰고도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가 뿌옇게 보이거나 색깔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면 백내장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백내장은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눈 속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는 것으로, 신체 노화에 따라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질환이다. 초기 증상은 노안과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주로 가까운 거리가 침침하게 보이는 것이 노안이라면, 백내장은 모든 거리의 사물이 뿌옇게 보인다. 눈부심이 심하거나 빛 번짐 현상도 나타나는데, 심하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시력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해 백내장을 노인성 질환으로 분류했지만, 최근에는 30~40대 젊은 백내장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 사용량의 증가와 연관된다. 디지털기기의 장시간 사용은 눈에 피로를 유발하여 눈의 노화를 앞당기는데, 눈의 노화 시기가 빠를수록 백내장도 일찍 찾아온다. 또한, 갈수록 강력해지는 자외선 역시 눈의 노화를 앞당겨 백내장 발병 시기를 앞당긴다. 

이처럼 젊은 백내장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백내장 치료에도 변화가 생겼다. 초기라면 약물을 점안하여 진행 속도를 늦춘다. 이미 백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라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데, 수술 시기 또한 달라졌다. 과거에는 수정체 혼탁이 심해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 수술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일상생활을 하기에 불편하다면 수술하는 추세다.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인공수정체 또한 젊은 백내장 환자를 고려해 다양해졌다. 따라서 백내장 환자라면 자신의 직업, 연령, 생활습관, 라이프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해 맞춤 인공수정체 렌즈를 선택하면 된다.  수술 후 돋보기나 원거리 안경을 착용할 의사가 있다면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사회 활동이 활발하고 돋보기 안경 착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모든 거리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 렌즈가 적합하다. 다초점 렌즈는 노안까지 함께 교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누구에게나 오는 백내장이지만, 아무나에게 수술 받을 수 없는 ‘백내장’. 백내장을 노안으로 착각해 방치하면 적절한 수술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번 안과검진을 통해 반드시 백내장 유무를 확인해서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 등의 적절한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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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당신의 눈, 안(眼)녕하십니까?>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이인식 대표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전문의
연세대학교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 외래 교수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실로암 안과병원 과장 역임
카이스트파팔라도 메디컬센터 겸직교수

노안, 백내장, 시력교정술부터 전신상태까지! 의학과 인문학, 생생한 병원 이야기와 트렌드를 결합시킨 재미있는 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