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22

한 소년이 엄청 큰 잘못을 들킨 것 마냥 숨을 죽이고, 어깨와 고개를 푹 늘어뜨린 채 자신의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이의 어머니는 몸집이 자신의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사내아이의 힘을 억누르고 셔츠를 젖혀 올렸다. 순간 어머니의 눈빛은 마치 금기된 장면을 목격이라도 한 듯 두려운 빛이 역력하다. 소년은 소위말해 가슴 달린 남자, 여성형유방증이었던 것이다.

“이 아이가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죠?”
아들은 언젠가부터 말수도 적어지고, 친구도 없고 매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아이의 어머니는 ‘여자보다 예쁜 여자(?)’로 통하고 있는 유명 트렌스젠더 연예인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결혼소식까지 보도되고 있는 마당에, 진짜 여성처럼 봉긋한 가슴을 가진 사춘기 소년이 성적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흔히 여성형유방증 소년의 어머니는 아이가 혹시 성적 호기심이 강한 나머지 가슴을 너무 만져서 커진 것은 아닐까, 이러다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온갖 걱정 보따리를 짊어지기 마련이다.

이제부터 아이와 어머니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한 상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우선 청소년기 호르몬 불균형으로 사춘기 소년의 40-50%에 달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여성형유방증이 나타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성장이 끝나면서 대개 가슴도 함께 퇴화되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 보자고 설명한다. 간혹 성인까지 증상이 이어지더라도 간단한 수술로 교정 할 수 있다면 안심시켜 돌려보낸다. 물론 국내의 경우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한국 남성의 약 4%가 여성형유방증으로 추정, 적지 않는 수이다.

보디빌더처럼 근육미 넘치는 넓은 가슴하고는 전혀 다른, 여성처럼 큰 가슴을 가진 남성들의 고민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더운 여름날 운동장에서 거칠게 축구를 하고 난 후 다른 동료들처럼 수돗가에서 시원스레 상의를 벗어 던질 수도 없다. 오히려 흥건한 땀 때문에 옷이 가슴살에 딱 달라붙어 옷매무새에 신경 써야만 한다. 또 수영장은 물론 목욕탕에조차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좀더 나이가 지긋한 남성의 경우엔 종양이 아닐까 노심초사한다. 왜냐하면 실제 고환, 부신, 갑상선, 뇌하수체 등 내분비 호르몬 계통의 이상을 경고하는 위험 신호일 수도 있으며, 드물긴 하지만 유방암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슴 달린 젊은 남성들이 수술을 통해 남성적인 가슴 모양으로 돌아 간 후 가장 기대하는 것이 바로 여자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 혹 이들은 동병상련이라고 새로 생길 여자친구가 만약 절벽 같은 가슴으로 콤플렉스가 있더라도 잘 이해해 주지 않을까? 아이러니 하게도 여성형유방증을 교정했던 남성들조차 “여자친구 가슴은 풍만했으면 좋겠다” 라고 열의 아홉은 서슴없이 밝히며 병원문을 나선다. 아마 그의 여자친구는 큰 가슴을 갖기 위해 똑같은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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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슴 이야기

[BR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BR바람성형외과 심형보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 의학박사
.서울대학병원 자문의 / 서울아산병원 외래교수
.국제 미용성형학회 정회원 / 국제 유방성형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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