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16
치과를 개원하기로 하고 치과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던 송 원장은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수도권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에 개원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서울의 역세권만큼 임대료가 비싼 것을 알고는 좀 더 대출을 해서라도 상가를 매입하기로 하였다.
상가를 지은 시행업자로부터 아파트 주변의 상가 2층을 5억 원에 구입하면서 건물가액 3억에 대한 부가가치세 3천만 원을 추가로 더 주었다. 부가가치세란 나중에 돌려받으니까 부담되지 않는다는 시행업자 말만 듣고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에 물어보니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지 못 한다고 하자 왠지 시행업자에게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건물을 매입하여 개원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세금 문제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 보자.
우선 부가가치세에 대해서 알아보면 송 원장은 원칙적으로 속은 것이 아니지만, 한편으론 속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부가가치세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부가가치세라는 세금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생아가 태어났을 때 입는 배냇저고리를 11,000원에 사면 그 중 1,000원은 부가가치세이다. 배냇저고리를 판매한 매장 사장은 신생아에게 11,000원을 받아서 1,000원은 국세청에 납부하기 때문에 실제 자신의 수입은 11,000원이 아니라 10,000원이다. 물론 부모가 계산했지만 신생아도 소비를 하는 한 부가가치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장 사장은 의류공장에서 배냇저고리를 7,000원에 사오면서 역시 부가가치세 7백 원을 합쳐 공장 사장에게 7,700원을 준다. 공장 사장 역시 700원은 국세청에 내야 하는 세금이므로 자신의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매장 사장 입장에서 보면 신생아로부터 1,000원을 받아서 국세청에 내야하고, 공장 사장에게 주었던 700원은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게 된다.
여기서 옷을 팔면서 즉, 매출활동을 통해 발생한 1,000원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이라고 한다. 옷을 사면서 즉, 매입활동을 통해 발생한 700원은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이라고 한다. 부가가치세 계산은 매출세액 1,000원에서 매입세액 700원을 공제하여 계산하게 된다. 1,000원을 냈다가 700원을 돌려받는 구조이므로 처음부터 차액인 300원만 국세청에 납부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공장 사장으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받아서 함께 제출해야만 국세청이 매입세액 700원을 인정해 준다.
결국 부가가치세는 최종소비자가 부담할 뿐 최종 소비 이전 과정에 거래를 한 사업자들은 부담을 하지 않는 세금으로서 이를 간접세라고 한다. 간접세는 징수하는데 편리하지만, 부담하는 세액이 동일하므로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역진성의 문제가 있다. 연봉 1억 원의 부모나 연봉 1천만 원의 부모나 배냇저고리 10,000원에 대해 1,000원의 부가가치세를 동일하게 부담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면세라는 개념 때문에 상황이 좀 더 복잡해진다. 국민 복리 후생 측면에서 신생아들에게 더 값 싼 배냇저고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회에서 배냇저고리를 부가가치세 면세 항목으로 입법했다고 가정하자.
매장 사장은 신생아에게 10,000원만 받고 배냇저고리를 팔게 되었다. 공장 사장 역시 7,000원의 가격으로 매장 사장에게 배냇저고리를 공급한다. 국가 입장에서는 당장 300원(매출세액 1,000원과 매입세액 700원의 차액)이 국고로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최종 소비자 역시 이전보다 10% 더 싼 가격으로 구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장 사장에게는 문제가 발생한다. 공장 사장이 배냇저고리를 생산하기 위해 백만 원짜리 재봉틀을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 십만 원을 추가로 부담한다. 배냇저고리가 부가가치세 과세 항목이었다면 당연히 재봉틀을 살 때 부담한 십만 원은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배냇저고리가 부가가치세 면세 항목이 되면서 이런 환급이 불가능해졌다. 배냇저고리를 판매할 때 부가가치세를 국가 대신 징수하여 납부하지 않는 동시에 재료나 기계를 매입할 때 부담한 부가가치세 또한 환급받지 못 하게 된 것이다.
앞의 송 원장 사례는 병의원이 이런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이기 때문에 발생하였다. 상가를 판매한 시행업자가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일반적으로는 맞다. 부가가치세 과세가 되는 사업자들은 매입세액 공제를 통해 돌려받기 때문이다. 의료업은 대부분 부가가치세 면세이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 하게 된 것뿐이다.
반면, 송 원장의 치과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 치아미백만을 주로 시술한다고 하면, 부가가치세 과세사업자로서 상가 구입 시 부담한 부가가치세를 전액 돌려받게 될 것이다. 만일 과세가 되는 시술 환자와 면세가 되는 시술 환자를 수입금액의 절반씩 진료한다면 상가 매입할 때 부담한 매입세액을 절반 정도 환급받을 수 있다.
2011년 이후 작년까지 일부 성형외과 진료과목들만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었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의 영향이 의료계 전반에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피부관리 쪽 시술이 대거 추가됨에 따라 피부과와 피부관리 시술을 주로 하는 일반의원들도 부가가치세 과세 사업자(과세와 면세 겸영사업자)가 되었다.
치과 역시 치아미백, 라미네이트(충치치료용 제외), 잇몸성형술이 과세대상이 되었다. 심미 목적 교정과 보철이 빠졌기 때문에 아직 그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치과 역시 성형외과나 피부과처럼 부가가치세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향후 의료용역 중 치료 및 예방 목적이 아닌 것은 단계적으로 계속 과세로 전환 될 예정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에 대한 이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기고자 : 경희대 의료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김수철
복잡한 회계학 이론을 병의원 실무에 필요한 정보 위주로 안내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고자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