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9-04
최근에 내 진료실을 방문한 A씨는 27세 여성이다. 본인이 비만하다고 생각해서 비만 치료제를 처방 받고자 했다. 키 157 Cm이고 체중 64 Kg이었고 체질량 지수는 25.9로 비만이었다. 체성분 검사 결과 체중의 33%가 체지방이었다.
A씨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하루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서 생활하고 있었다. 대부분 새벽3-4시까지 일을 하고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으며, 식사 시간은 불규칙해서 배가 고플 때 과자나 빵을 주로 먹었다. 하루에 커피믹스 5-6잔을 마시고 각종 음료수를 많이 마시는 편이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국 그리고 반찬을 챙겨 먹는 식사가 아니면 끼니를 굶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커피믹스, 음료수 등은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음료수는 대부분 설탕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칼로리가 꽤 높다. 이렇게 음료수에 포함된 당분은 포만감이 없고 빠르게 흡수되므로 혈당을 빠르게 올린다. 당뇨병이 없는 정상인에서 당분이 흡수되면, 혈당이 올라가지 않도록 조절해 주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고 흡수된 당분이 체 내에서 잘 활용되도록 조절하지만, 쓰고 남은 잉여 칼로리를 지방으로 변형시켜서 간에 축적되고, 복부지방과 체지방으로 쌓이게 한다. 음식이 빠르게 흡수되면 인슐린도 빠르게 많이 나오고 천천히 흡수되면 인슐린도 천천히 분비된다.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 인슐린이 나오는 양을 계산해서 당지수가 높은 음식과 낮은 음식으로 구분한다. 당연히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비만의 원인이고 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비만을 억제한다. 식사 후에 포만감을 느끼면 식욕이 억제되어서 더 이상의 음식 섭취를 방지하게 되는데, 당분과 같이 빠르게 흡수되는 음식은 위를 팽창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포만감이 적고 섭취한 칼로리와 상관없이 배고픔이 계속된다.
커피믹스 한 개는 약 50-60 칼로리 이다. 커피믹스 5잔 (60 칼로리*5=300 칼로리)은 밥 한공기에 해당하는 열량이다. 커피 믹스에는 제조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탄수화물 약 9gr, 설탕 약 6gr 포함되어 있다. 특히 커피 믹스에 포함된 탄수화물과 당류는 즉시 흡수되고. 과자나 빵도 밀가루와 설탕이 주재료인 음식으로 섭취한 후 즉시 흡수되어 혈당을 올리게 된다. 이렇게 혈당이 오르기 시작하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다량의 인슐린도 분비된다. 쉽게 올라간 혈당은 인슐린의 등장과 함께 쉽게 떨어지고, 따라서 공복감도 빠르게 발생한다. 공복감이 생기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은 혈당을 올릴 뿐 아니라 체내 지방의 축적을 촉진한다.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해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1970년 영국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다. 11명의 정상인들을 대상으로 식사에서 탄수화물 섭취만 하루 50 그램 정도로 제한하고 단백질, 지방 등은 마음껏 섭취하도록 했더니, 평소 하루 섭취 탄수화물의 양 약 216 gr에서 67 gr으로 줄였고 (밥한공기정도),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채소의 섭취는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방 섭취를 하루 124 gr에서 105 gr으로 약 20 % 줄였고 단백질 섭취양은 변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하루 섭취하는 총 열량이 2330 칼로리에서 1560 칼로리로 약 하루 760 칼로리 (33 %) 감량하였다. 760 칼로리는 지방 532 gr에 해당한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배고픔, 체력저하, 우울한 기분 등의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참여자가 더 건강하게 느낀다고 보고 하였다. 소량의 탄수화물은 뇌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의 손실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 단백질과 지방은 소화흡수가 비교적 느리고 당지수가 낮은 음식들이다. 채소는 칼로리가 거의 없는 식품으로 포만감을 증가시키고, 채소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섭취한 지방과 단백질의 찌꺼기를 효과적으로 배설하는데 도움이 된다.
A씨의 경우 본인은 굶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섭취하면서 하루 세끼 식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다. 굶어도 굶는게 아니니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의 양과 섭취한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 체중과 지방을 축적하는 차이가 크다. 특히 설탕이 포함된 음료수와 과자, 빵 떡과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은 당지수가 높아서 쉽게 지방으로 축적되는데도 불구하고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A씨와 같이 식사를 하지 않아도 체중은 계속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체중을 감량하려면 하루 세끼를 충분히 먹어야 한다. 음료수를 비롯한 간식은 딱 끊는 게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도 좋다.
/기고자 :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원장
박민선원장과 함께 알아보는 활성산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