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7

예전에는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대체로 뚱뚱한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비쩍 말라서 한 눈에 알아볼 정도였다. 아이의 몸상태를 보고 부모의 경제력을 짐작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부잣집 아이들이 뚱뚱하다'는 상식과 달리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비만인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 소아청소년(만7∼18세)의 비만이 지난 10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소득층 소아청소년 비만은 오히려 줄어 비만에서도 빈부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대학 역학·공중보건학 임마누엘 스타마타키스 박사가 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 발표한 내용에도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경제적 및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가 비만해지기 쉽다고 했다.

얼마 전 성장클리닉에 초등학교 3학년 오현철 학생이 어머니와 내원했다. 이 학생은 134cm, 47kg으로 키는 작고 비만이었다. 엄마는 뚱뚱하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고 키가 안 큰다는 말을 듣고, 살도 빼고 키도 크게 하고 싶다고 했다. 비만하면 식탐 탓에 많이 먹어서 뚱뚱해졌다고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비만은 단순히 음식만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현철 학생은 아버지가 실직해서 어머니가 2년 전부터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이에게 소홀해졌고, 라면 과자 햄버거 떡볶이 콜라 등 주로 값싼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현철이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바깥에는 잘 나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어머니가 일을 하다 보니 아이의 음식과 생활을 돌봐 줄 상황이 되지 않았고 수입이 적어 균형 잡힌 영양 있는 음식을 해 줄 형편도 되지 않았다. 현철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키도 안 크고 뚱뚱해져만 가는 것이 자신이 무능해서 그런 것 같다며 상담 내내 눈물을 흘렸다.

가난할수록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 등과 같이 열량은 높은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한 정크푸드(junk food)를 자주 먹을 수밖에 없다. 주로 탄산음료, 스낵, 패스트푸드, 감자튀김 등이 문제다. 정크푸드는 지방 외에도 염분이나 식품첨가물 등이 많이 들어 있어 비만과 성인병의 주원인이 된다. 

비만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소아비만은 더 심각하다. 소아비만은 단순히 살이 쪄서 불편한 것이 아닌 각종 소아성인병을 유발하고 성장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더 뚱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부의 대물림이 신체에 까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슬픈 현실이다.

소아비만의 원인 중에 칼로리 소모량이 줄어드는 반면에 고단백 고칼로리 식품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지만 화학적 칼로리에 해당하는 각종 식품 첨가물과 트랜스지방도 한 몫 하고 있다. 소아비만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이 많을수록 피하 지방에 ‘렙틴’이 높아져서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사춘기를 빨리 오게 만든다. 실제로 비만 아이는 사춘기가 1년 이상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비만 여아는 37.5%가 초경을 11세 이전에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상 체중의 어린이보다 4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초경이 빨라지면 키도 빨리 멈추게 되니 비만은 키성장도 방해한다. 다시 말하면 가난할수록 키도 작고 뚱뚱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예전에는 못 먹어서 못 컸다지만 요즘엔 엉뚱한 것만 더 먹어서 살은 많이 찌고 오히려 키는 작아지니 건강과 키도 대물림을 하고 있다. 비록 가난할지라도 아이가 먹는 음식엔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과 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성장클리닉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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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한의원]
박승찬 원장

[하이키한의원] 박승찬 원장
대전대 한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취득
현, 대전대학교 비계내과 겸임교수
현, 하이키 네트워크 학술이사
전, 하이키한의원 대전점 대표원장
현, 하이키한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저서>
엄마! 나도 키가 크고 싶어요
한방으로 끝내는 천식 알레르기
우리아이 키크기 프로젝트 365일
멈추는 아이 vs 자라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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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한의원] 윤가영 원장
경희대 한의대 졸업. 동대학원 한의학 박사 과정
경희대 한방병원 전문의 취득
현, 하이키한의원 강남본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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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
대전대 한의대 졸업. 동대학원 박사 취득
현, 하이키한의원 강남본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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