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8-23

51세 남성인 A씨는 최근 좌측 다리가 시리고 저리고, 걸으면 더 심해지는 증상이 있어서 내 진료실을 찾아 왔다. 진찰 결과 왼쪽 발과 다리가 창백하고 차가웠다. 양쪽 다리 모두에서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A씨는 30대 초반에 버거씨병 (말초동맥 협착증: 말초 동맥이 좁아지고 혈류가 저하되는 질환, 저리고 시린 증상이 있고 심하면 손가락, 발가락 등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궤양이 생겨서 절단의 위험이 있음)이 양쪽 발에 있었고, 우측 발가락 절단의 위험이 있었으나 다행히 회복되었고 , 40 대 초반에는 뇌경색으로 좌측 마비가 있었다. 뇌경색이 발생한 당시에 “호산구 증가증”도 발견되었고, 최근까지 “호산구 증가증”에 대한 약물 치료를 받다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수년 전부터는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다양한 질환으로 몇 번의 고비를 넘겼지만, 병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족한 편이었다. 뇌경색에서 회복된 후 약 10년 간은 A씨는 치료받은 대학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오면, 검사결과는 환자의 부인이 확인하고 약을 받아 왔고, A씨는 직장 일이 바빠서 주치의와 거의 만난 적이 없다. 또. 최근까지 흡연과 음주도 비교적 많이 하는 편이라고

진찰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 오는 모습부터 시작된다. 걸음걸이, 얼굴 표정, 말씨, 그리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등 모든 것이 환자의 몸 상태를 알려 주는 정보다. A씨가 내 진료실로 들어 올 때 왼쪽 다리를 약간 끄는 모습이었고, 다리를 살펴 보니 왼쪽 무릎 밑에서 발가락 끝까지가 창백하고 차가운 느낌이 있었다. 오른쪽 다리는 피부색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맥박을 확인할 수 없어서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 모두 동맥에 이상이 의심되었다. 이런 소견들은 모두 진단에 곡 필요한 정보이나,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는 확인 할 수 없는 소견이다. 아무리 가까운 배우자라도 해도 환자가 직접 느끼는 증상을 대신 느낄 수 없으므로 정확한 증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또 환자가 의사와 직접 만나서 질병의 위중함에 대해서도 설명 들어야 일상 생활에서도 질병을 고려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따라서 만성 질환자가 의사를 정기적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환자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도록 경각심을 얻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약을 복용하고 검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A씨는 경동맥 초음파에서 경동맥 내벽이 두껍고, 혈전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었다. 말초혈류 검사에서는 양 쪽 다리로 가는 혈류가 정상의 50 % 이하로 감소한 소견이 확인되어 버거시 질환으로 진단했다. 버거씨 질환은 말초의 중, 소동맥이나 정맥이 좁아지고 내부가 혈전으로 막혀서 혈액공급이 되지 않는 질환이다.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전의 형성을 촉진하므로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서 말초혈류 장애는 버거씨 질환과 동일한 임상증상을 보인다. 말초혈관질환은 당장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해치고 장기간 생존율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질환이다. 더욱이 당뇨병 환자에서는 발생한 말초혈류 질환은 관상동맥 질환과 동일하거나 혹은 더 심하게 환자의 생존기간을 낮추는 문제로 알려져 있다.

A씨에게는 질병의 위중함과 환자 자신의 적극적인 치료 의지와 실천이 중요함을 설명하고, 금연을 권하였고, 말초혈류 개선제, 혈전 방지제 등 약을 처방했다. 또 혈액 정화치료는 말초혈관질환 환자의 혈류를 개선하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버거씨 병에 의한 하지 궤양으로 하지 절단이 고려된 환자들이 하지 절단을 하지 않고 궤양을 치료하거나, 보행 거리를 현저하게 증가시키는 등 효과 등이 학술전문지에 보고되어 있다. 경구용 약제와 혈액 정화 치료 후 내원한 A씨는 다리의 피부색이 정상적으로 돌아 왔고, 걸을 때 통증이 줄었고, 보행거리도 길어졌다. 환자 본인이 금연, 음주 자제 및 정기적인 약물치료, 혈액 정화 치료 등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 하기로 했다.

버거씨 질환은 전신의 혈관에 생기는 문제로 흡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있으면, 진행이 빠르다. A씨와 같이 고지혈증이 있고 흡연을 한다면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생각된다. 또 A씨가 가지고 있던 “호산구 증가증”은 혈액에서 백혈구 중 호산구 부분이 많아지면서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혈전을 형성하는 경향이 많은 질환이다 환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야 만성질환을 다스리고 건강을 유지하며, 더 큰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임을 명심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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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이 맑아야 건강합니다.

[더맑은 클리닉]
박민선 대표원장

1983 이화여자대학 의과대학 졸업: 의학사
1986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 의학석사
1995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대학원 졸업 : 의학박사
순천향대학 의과대학 신장내과 교수 역임
박스터 아시아태평양 의학고문 역임
박민선내과 원장 역임
현 더맑은 클리닉 대표원장

박민선원장과 함께 알아보는 활성산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