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은 아직도 국민들의 마음 속에 감동을 남기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꺾고 일본을 두차례나 이긴 것 만으로도 한국야구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특이한 진행 규정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선수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배울 점도 있었다. 투구수 30개 이상 투수는 적어도 하루를 , 50개 이상 투수는 반드시 4일 이상 쉬도록 한 ‘투구수 특별제한규정’이 대표적인 예다.

투구수 제한 규정의 기본 취지는 선수보호차원이다. 등판 전 워밍업과 등판 후 몸관리 및 투구수에 따른 체계적인 선수관리는 팀의 우승에 직결된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선수 본인뿐 아니라 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노래를 하는 가수들에게도 이러한 원칙은 유효하다. 가수들이나 성악가, 판소리 명창들 중에는 과거의 주먹구구식 발성훈련과 창법 훈련 등으로 인한 성대질환으로 일찍 노래를 중단한 경우가 많다.

판소리의 득음을 위하여 목이 터져라 폭포수 밑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낮은 음역이 맞는 목을 가진 성악가가 소프라노를 고집하는 경우, 샤우팅 창법에 맞지 않는 후두근 구조를 갖고 무리하게 하드락을 부르는 경우 등이 그 원인이다.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목소리 사용이 재능있는 음악가들의 수명을 짧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음역이나 목구조와 다른 창법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음악계의 도제(徒弟)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같은 스승을 모신 제자들은 각자의 능력과 상관없이 동일한 발성법을 주입받게 되는 것이다. 발성능력과 가창능력의 판단이 전적으로 스승의 판단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성대의 진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초고속성대촬영기, 음성분석기 등 첨단 장비들이 개인에 맞는 음역대를 찾아준다. 뿐만 아니라 성대와 후두의 움직임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토대로 맞춤형 성대 및 발성프로그램도 가능한 시대다.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음악인들은 성대와 후두의 발성능력을 먼저 판단한 뒤 장르별 노래 특성에 따라 후두근육과 발성패턴을 맞춰가야 한다. 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18번’이라고 말하는 애창곡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기보다 내가 가장 잘 부를수 있는 노래인 것이다.

모든 투수들이 150km의 빠른 볼을 던질 수 없는 것 처럼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발성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래를 잘 부르려면 먼저 자신에게 맞는 노래를 찾아라.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입력 : 2006.04.06 13:3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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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