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30
천상의 소리, 불멸의 디바, 오페라의 디바. 이탈리아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를 칭하는 수식어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리아 칼라스에 대해 ‘신이 내린 최고의 목소리’라 할만큼 그녀의 노래는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미성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표현력과 호소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이 부르는 역할에 가장 알맞은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어를 모르는 사람이 그녀의 공연을 봐도 그 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만 들어도 무대의 그림이 그려진다는 얘기다.
마리아 칼라스의 뛰어난 표현력과 호소력은 타고난 성대조절 능력에 있다. 성대는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1초에 150~250번 정도 진동을 하지만 고음의 노래를 할 때는 2000회에서 2만회까지 고속으로 진동한다. 그녀는 이렇듯 빠르게 진동하는 성대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으며 음색 표현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천상의 목소리, 최고의 오페라 여가수라 칭송받던 마리아 칼라스도 공연장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1958년 1월 1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참석했던 로마의 갈라 콘서트에서 ‘노르마’를 공연하던 때였다. 이 공연에서 마리아 칼라스는 1막 이후 갑자기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황급히 퇴장했고 이후 언론과 대중의 호된 지탄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마리아 칼라스가 황급히 무대에서 퇴장한 진짜 이유는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나오지 않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당대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였으면서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녀도 긴장할 때가 있었던가.
그녀의 ‘사라진’ 목소리는 극도의 긴장과 초조감으로 성대 근육이 조절되지 않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는 ‘전환성 무음(Conversion aphonia)’ 발성 장애가 원인이다. 사람이 극도로 긴장을 하게 되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떨리면서 온 몸의 근육이 경직된다. 이때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이 함께 경직되면 성대가 접촉할 수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원래의 목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 이런 현상을 전환성 무음이라고 하는데, 목소리를 완전히 잃거나 혹은 거칠거나 조이는 듯한 목소리로 변하게 된다.
전환성 무음은 심리상담 등을 통해 극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발성훈련을 통한 음성치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성악가나 가수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전환성 무음 같은 다양한 발성장애 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자신의 음역에 맞지 않는 무리한 발성을 하거나 잘못된 호흡법, 목소리의 남용 등에 의해 성대근육과 후두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를 회복하기 위해 성대근육을 풀어주고 근육운동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음성관리 프로그램이 이용되고 있다. 경직된 근육에 보톡스를 정밀하게 주입해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목소리 회복을 유도하는 치료법도 있다. 하지만 어떤 질환이든 예방이 가장 중요한 법.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올바른 발성법을 유지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