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6-11-29
대통령의 목소리. TV, 좌담회 등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일반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의 어투를 무심결에 따라 하는가 하면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특색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가장 특색 있는 목소리 중 하나로 꼽힌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성대모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 이 전 대통령 목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발달된 현대 음성의학을 기초해 생각해 보면 ‘연축성 발성장애’라는 목소리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연축성 발성장래란 목소리를 조절하는 신경의 이상으로 말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떨리게 되는 ‘목소리 병’의 일종이다. 의학이 발달된 현재에는 목소리를 떨리게 하는 성대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해 정상 목소리로 치료할 수 있지만 당시엔 진단할 수 있는 장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떨리는 목소리를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어 ‘단지 특이한 목소리’ 정도로 인식됐다.
어렵고 힘든 시대에 국민들을 강하게 이끌어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 낸 박정희 전 대통령. 그의 목소리는 강한 비트에 힘찬 목소리의 톤에 악센트가 많이 들어가는 짧고 간결한 단어 사용으로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말이 느리고 음절과 음절이 끊어지지 않아 의사전달이 불분명했다. 말을 할 때 얼굴이 굳어있고 입술근육과 혀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되는 목소리의 특징인데, 이는 장기간에 걸친 군인생활에 의한 발성습관이 원인일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목소리는 가늘고 톤이 높아 의미전달은 명확하나 호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또한 사투리 사용이 다소 많아 타지역 사람들이 오래 들을 경우 자칫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는 목소리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목소리와 함께 성대모사의 단골소재가 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힘이 없고 바람이 새는 듯한 쉰 목소리가 특징이다.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성대근육의 약화와 위산이 성대까지 역류해 후두염을 일으킨 것이 원인일 수 있다.
의미전달의 명확도 면에서는 다소 떨어졌으나 특유의 논리적이고 조리 있는 말솜씨로 설득력을 높였다. 약화된 성대근육으로 인한 쉰 목소리는 주사로 성대에 보형물질을 주입하는 성대성형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가장 좋은 목소리로 평가할 수 있다. 중간 이상의 약간 높은 톤, 적당한 속도 등 목소리에 안정감이 있으며 발음이 명확하고 간결해 의미전달도 명확한 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 역시 집권 초기에는 힘이 들어간 목소리, 강한 톤의 공격적인 토론, 빠른 말투 등을 보여준 바 있었다.
이젠 목소리로 이미지 관리를 하는 시대다.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선거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복장, 자세, 표정, 말할 때의 단어선택은 물론 목소리의 높낮이, 음색, 속도, 단어의 개수까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통계자료에 기초해 조절하는 치밀함을 보여준 바 있다. 의사전달에 있어 3분의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목소리. 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면서 개인의 이미지가 점차 중요해 지고 있는 요즘, 목소리를 통한 이미지 관리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입력 : 2005.11.23 14:57 04'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