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2-05

 

버라이어티한 보형물의 세계 <1>

몇 년 전, 불가리아의 한 여성이 가슴성형을 한 덕분에 교통사고에서 목숨을 건진 일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여인이 타고 있던 자동차는 휴지조각처럼 구겨졌지만, 그녀는 가슴에 삽입한 실리콘 보형물이 에어백 역할을 해 준 덕분에 생명에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해 가슴성형에 쓰이는 보형물이 에어백 역할을 할 수 있을 지의 여부를 두고 모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보형물은 오토바이, 승용차, 1톤 트럭에 맞서는 위력을 과시했다.

보형물은 유방확대수술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재료다. 때로는 투명하게, 때로는 울퉁불퉁하게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며 세상 모든 여성의 다양한 가슴모양을 예쁘게 키워나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슴확대수술에 사용되는 보형물은 1960년대에 미국의 크로닌이 실리콘 재질로 된 보형물을 고안한 이후로 재질에 따라, 모양에 따라, 표면처리 방식에 따라 분류되면서 지속적으로 발달해 왔다.

초기에 주로 사용되던 실리콘 보형물이 1991년 실리콘 파동(19회 칼럼 ‘실리콘 비하인드 스토리’ 참조) 이후로 자취를 감추고 식염수와 하이드로젤로 교체되었다가 1998년부터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 보형물 변천사 중 가장 아이러니한 사건이다.

  - 사진 가운데는 유방암 재건수술시 사용되는 조직확장기로, 12시방향부터 시계방향으로 보형물이 발달된 순서를 알려준다. 스무스 실리콘백(12시), 텍스쳐드 실리콘백, 코히시브 실리콘백, 스무드 식염수백, 텍스쳐드 식염수백, 리듀스하이트 물방울형 식염수백(6시), 풀하이트 물방울형 식염수백, 라운드 하이드로젤백, 물방울형 하이드로젤백, 더블루멘 실리콘백 이다.

상기된 보형물들은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완전히 제품생산이 중단된 것은 없고, 다만 점점 업그레이드 된 보형물들이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곧, 각 보형물들은 바로 이전에 사용하던 보형물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형물은 재질, 모양, 표면처리 방식에 따라 구분되는데, 가슴확대수술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촉감을 결정짓는 데엔 보형물의 재질이 어떠냐가 관건이랄 수 있겠다.

가장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생리식염수 보형물은 사람의 체액과 비슷한 0.9% 농도의 소금물이 든 실리콘 백을 사용하는 보형물이다. 만일의 경우 보형물이 터졌을 때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리콘 백에 비해 딱딱하고 무거우며 촉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식염수가 샐 가능성도 있어 일반적으로 시술 후 5~10% 정도 크기가 줄어든다.

다당류가 포함된 하이드로겔은 비교적 가슴조직과 촉감이 비슷해 유럽과 국내에서 사용빈도가 높다. 촉감이 식염수보다는 낫지만 실리콘 백보다는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드물게 보형물이 손상되어 내용물이 혹 유출되었을 경우엔 삼투작용에 의해 가슴부위가 부을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 백은 촉감이 가장 좋아 확대수술 후 만족도가 높은 보형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실리콘백에 대해 유해성 여부가 밝혀진 것은 없다. 2007년 7월 고체형 실리콘백의 일종인 코히시브젤 (COHESIVE GEL)이 식약청에서도 승인을 받았는데, 마치 메밀묵 같아 파열된다 하여도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 안전성이 최대의 장점이다. 앞으로 실리콘백 시장을 모두 대체할 가슴성형 보형물의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더블루멘 실리콘젤 보형물은 자체적인 조직확장 기능을 가지고 있어 가슴 크기를 수술 후에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통의 보형물보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13년간 의료현장에서 경험해 보건대, 보형물이 파열되는 경우는 극히 적은 경우에 한한다. 위 실험에서처럼 때로 1톤 트럭도 이겨내고 사람을 살리는 역할도 해내니, 개발된 후 약 50여 년 간 참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키워왔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 칼럼에서는 모양과 표면처리방식에 따라 조금 더 보형물을 구분해 보고, 가장 적합한 보형물의 조건이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