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1-22

 

“마마~” 내시의 목소리가 가늘고 떨리는 이유

궁중이나 권력자 밑에서 사역에 종사하던 거세된 남자 환관(宦官). 우리나라에서는 내관 또는 내시(內侍)라고도 불렸다. 환관에 대한 기록은 이미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존재했으며 고대 페르시아인과 그리스인들 사이에서는 매매도 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에선 대부분 궁형(형벌의 일종)으로 거세된 사람들이 환관이 됐으나 환관으로 출세하기 위해 스스로 거세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신라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기록될 정도로 역사가 깊다.

현대인에게 각인된 환관과 내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사또’나 ‘마마’를 외치는 높고 가느다란 목소리에 있다. 대부분의 방송에서 다소 희화(?化)된 높은 목소리의 역할은 대부분 환관과 내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환관과 내시가 그런 목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며 거세된 시기와 정도에 따라 목소리에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변성기가 지나기 전인 사춘기 이전에 음낭과 성기를 모두 제거한 환관은 남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후두와 성대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년의 성대에 성인의 폐와 인두(목구멍)를 갖는 기형적인 발성구조로 인해 매우 높고 고운 목소리를 갖게 되며, 노래할 땐 ‘카스트라토’와 같이 신비로운 목소리를 낸다.

사춘기 이전 음낭을 남긴 채 남근만을 제거한 경우나 사춘기 이후 성기와 음낭을 모두 제거한 경우에도 목소리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남성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다소 불안정한 남성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정상 성인에서 신체적인 장애나 호르몬 이상 등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서 마치 아이들 목소리처럼 가늘고 여린 환관과 내시의 목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를 ‘변성발성장애’라고 한다.

변성발성장애는 변성기가 지나도 목소리가 전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질환이다. 무의식적으로 목소리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 음을 높이는 근육을 과도하고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잘못된 발성습관이 원인이다.

변성발성장애는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는 성대와 후두 근육에 정밀하게 보톡스를 주입, 근육을 마비시켜 풀어줌으로써 본래의 낮은 목소리로 환원시킬 수 있다. 이후 발성습관 교정을 위한 음성치료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목소리로 회복이 가능하다.

변성발성장애는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린 목소리가 나거나 여성스런 목소리, 가성의 높은 목소리가 날 경우엔 고민만 할 것이 아니라 목소리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김형태-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

 


* 본 기사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 컬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