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04
지난 칼럼에선 새벽 양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벽 양치의 목적은 밤새 입 속에 증식한 세균들을 씻어내는 것이다. 밤새 증식한 입 속 세균들은 양이 많을 뿐 아니라, 우리 몸에 독성을 주는 유해균일 가능성 또한 높다. 실제 많은 의과학 문헌에서 구강 세균이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병원균이 많은 것을 우려하고 있다.(Kitamoto, Nagao-Kitamoto et al. 2020)
입 속 세균에 병원균이 많은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우선 첫째, 입 속 세균들은 ‘위산(gastric acid)’이라는 우리 몸 한 가운데 검색 장치를 거치지 않았다. 과거엔 위산이 소화 효소인 펩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역할도 있다. 그러나 위산이 소화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진화적으로 굳이 우리 몸을 녹일 만큼 강한 염산을 가슴 한 가운데 품진 않았을 것이다. 유전자를 통해 미생물을 분석하는 21세기 마이크로바이옴 혁명은 위산의 ‘살균 기능’을 오히려 더 강조한다. 어마어마한 양과 종류의 미생물이 공기, 음식물 곳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미생물들과 우리 몸이 공존하는 방법이 주요 관심사가 됐다. 동시에 위산이 음식, 공기 등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미생물을 살균·검색하는 장치라는 사실도 새롭게 주목하게 됐다.
다양한 세균들은 역할 또한 다양하다. 김치에도 좋은 유산균만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구강을 통해 김치와 함께 들어온 김치 속 여러 세균은 위산에 의해 한 번 걸러진 뒤 소장·대장으로 향한다. 그렇게 장 속으로 향하는 장내 세균들은 상대적으로 유해균보다 공존세균들이 많다. 이들은 장 환경을 개선할 뿐 아니라, 병원균과 경쟁하고 면역을 촉진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구강 세균은 아직 위산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양이 많고 종류 역시 774종에 달한다. 위산이라는 검색 장치를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몸과 공존·공진화 여부도 판별되지 않은 상태며, 상대적으로 장내세균보다 유해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은 연구들이 구강유해균을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암, 치매 등 중대 질환의 위험요소로 지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Loughman, Adler et al. 2023) 병원에서도 늘 입 속 세균관리를 건강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장 건강, 구강 건강의 핵심은 구강 세균관리다.
두 번째 이유는 ‘치주 포켓(periodontal pocket)’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숙변보다 더 오래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치주 포켓이다. 이와 잇몸 사이에는 작은 홈으로, 보통 어린 시절 이가 잇몸을 뚫고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육안으로 볼 땐 작지만, 미생물 입장에서는 서식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다. 홈이 깊어지면 안쪽 산소가 희박해져 혐기성 세균을 포함하고 더 다양하고 유해한 세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한 60대 남성이 치아를 뽑게 된 이유는 뿌리 끝까지 파고든 치석 플라크 때문이다. 처음 치주 포켓에 끼였던 하얀 치석 플라크가 잘 안 닦여 쌓이면 시간이 지나 누런 치석이 된다. 치석 플라크 세균에 의해 발생한 염증은 점점 잇몸 뼈를 녹이고, 치주 포켓 또한 더 깊어지게 한다. 결국 세균들이 치아 뿌리 끝까지 파고든다. 위 사진 속 치아의 주인공이 60대라면 10대 때 치아가 구강으로 나온 후 50년가량 세균 덩어리가 묵은 셈이다. 숙변보다 훨씬 오래된 세균덩어리가 치주 포켓 안에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뿌리 끝에 붙어 있는 세균덩어리가 잇몸병, 치주염만 유발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수많은 문헌들이 혈관을 막는 플라크를 떼보면 그 속에서 구강 세균이 발견된다고 보고한다. 양치하다가 잇몸에서 피가 나면 세균들이 열린 혈관을 뚫고 심혈관으로 들어가고, 이를 장 누수와 같은 ‘잇몸 누수’ 현상으로 본다.(Park, Park et al. 2022) 숙변을 걱정한다면, 치주 포켓 속 묵은 플라크 역시 더 걱정해야 한다. 건강의 시작은 입 속 세균관리다.
구강건강관리 및 치과질환 예방을 위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구강 미생물이 구강건강 및 전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알린다.